한옥민 모두투어 사장
감성을 자극하는 경험소비가 물질소비보다 행복감이 더 오래간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생각이다.
70~80년대까지만해도 여가문화, 특히나 해외로 나가는 여행은 우리에게 사치이자 특별한 사람만이 즐기는 아주 특별한 활동으로 여겨졌다. 그 당시만 해도 여권을 소지하고 공항을 간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에겐 매우 어려웠을 뿐 아니라 해외를 나가는 사람들 대부분 특수직업을 가진 해외노동자 또는 정부나 대기업의 고위관료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10%을 넘나드는 경제성장은 개인의 소득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소비의 방향이 단순히 의식주 해결에서 여행과 같은 여가라는 감성문화소비에 눈을 뜨게 되는 시대를 열게 된다. 결정적으로 그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이 1989년 단행된 해외여행자율화 조치이다.
개량한복에 멋진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지, 심지어 한복 치마저고리를 허리에 붙들어 매신 할머니까지 효도관광을 가시는 어르신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광경은 해외여행자율화 조치가 시작된 1989년, 김포공항의 모습이었다.
해외여행자율화 원년인 1989년 불과 57만명이던 관광목적 해외출국자수는 1996년에 286만명으로 7년사이 5배나 증가하면서 가히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해외여행이 이렇게 과열되자 90년대 관광수지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여행산업은 한때 국부를 유출하는 산업으로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혁명과 인천공항 개항은 해외여행열기를 절정으로 만들었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까지 견조한 경제성장과 풍부한 현금 유동성, 그리고 주5일제 근무 정착은 해외여행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로 재탄생시켰다.
불과 3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여행산업은 그 어떠한 산업보다도 고성장을 달려왔다. 동남아 패키지 여행과 일부 특수지역에 국한되었던 공급자 중심의 국내 여행산업은 고객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본인 스타일에 맞는 맞춤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소비시장에서 여행산업이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소득 증가와 함께 물질 소비의 후행으로 나타났던 여행소비가 최근 경기침체와 소비부진 속에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의 몰락과 경기침체, 그리고 사회구조학적 인구 변화까지 더 이상 소비가 자연스러울 수 없는 환경에서 여행산업이 나홀로 성장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중의 소비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가의 품격 여행상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가치 있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가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해 최초로 해외출국자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1분기만 해도 벌써 출국자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경험소비시대에 여행은 개인의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재로 각광받을 것이며 여행산업 또한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은 물질을 소비하는 동시에 소유하는 시대였지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뉴노멀(New normal)시대는 소유보다 공유, 그리고 물질보다는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한옥민 모두투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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