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돌아오는 '면세점 악령'…특허권 규제하는 개정안 또 국회 발의
국회, 시내면세점 사업자 특허수수료 가격경쟁방식으로 변경 추진
5년전 경제민주화 바람 타고 면세점 악법 처리…재연 우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면세점 업계가 5년마다 '규제 대못'에 시달리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손쉽게 자극할 수 있는 재벌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포플리즘 입법이 난무, 국내 면세점 제도는 누더기가 되고 있다.
10일 국회와 면세점 업계 등에 따르면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장인 정동영 의원은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가격경쟁방식으로 선정하는 내용의 관세청 개정안을 전날 대표 발의했다. 현재 시내면세점 운영능력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개정안은 가격경쟁(경매)을 통해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특허수수료의 최저입찰가격을 정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내는 기업에게 사업권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 특허수수료는 매출에 따라 최대 0.05% 부과된다. 2015년 기준 국내 면세점들은 1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반면, 총 특허수수료는 46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달중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현행보다 20배 가량 올린다.
개정안은 또 그동안 증시 상장사가 아니면 공개하지 않았던 면세점 사업자의 재무재표를 공개하도록 했다. 정동영 의원은 "현행법은 평가기준 및 심사위원 선정 등을 염두에 둔 뇌물 로비가 불가피하다"면서 "면세점 사업의 별도 공시 의무화 등을 통해 재벌특혜를 방지하고 면세점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가격경쟁방식의 특허입찰은 특허수수료 금액을 높게 적어낼 수 있는 자본력이 있는 기업에 유리한 만큼 기회의 공정성을 훼손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면세점 선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가격경쟁방식의 경우 투명한 선정이 가능하고 국가 재정수입도 커질수 있다"면서 "면세점 입찰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몫을 나눠 선정하기 때문에 자본력이 좌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서울시내의 경우 최근 수년간 특허를 남발하면서 올해 말이면 13개의 면세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여기에 5년마다 특허입찰 전쟁이 벌어지는 만큼 특허수수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홈쇼핑과 카지노도 정부 허가사업이지만 결격사유가 없으면 일정기간 갱신되지 않느냐"면서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 업계가 갑자기 주목을 받으면서 각종 포플리즘 법안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럴 바에는 시내면세점을 없애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내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팔아 부가가치를 남기고 내국인들의 외화반출을 막기 위해 운영돼왔다. 국내 첫 시내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이 1973년 설립된 이후 40년 가까이 제도변화 없이 영업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선거판을 뒤흔든 18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2012년 11월 일명 '홍종학법'으로 불리는 관세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면세점 업계는 격변을 맞게됐다. 특허기간은 종전 10년에서 5년으로 줄었고, 특허가 만료되면 심사를 받아야 했다. 그 결과 면세점들은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시 입법에 참여했던 국회 관계자는 "당시 여야 모두 소득불균형과 기회의 불평등의 원인을 대기업 탓으로 돌리며 재벌개혁을 약속하는데 급급해 면세산업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최순실 사태로 비슷한 문제가 재연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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