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oT 벤처 퍼치, '인수' 아닌 '흡수' 의미 축소
경쟁사 공격적 투자 대비 규모 적고 이재용 부회장 경영 공백 영향


삼성전자, 올 첫 M&A 말 못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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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퍼치를 인수했다. 사실상 올해 첫번째 인수합병(M&A)인 것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기업 인수를 했는데도 인수라고 말하기 어려운 속내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6일 "퍼치 개발진들을 흡수했다"며 "회사를 인수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앞서 퍼치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전자의 일원이 됐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우리 팀은 이제 삼성그룹과 함께 차세대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퍼치의 설명과 달리 삼성전자는 애써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는 몇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규모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퍼치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 제품으로 집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2015년 10월 첫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직원은 5~6명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조직인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통해 지난 2015년부터 퍼치에 투자해 왔다. 삼성전자는 퍼치의 기술력ㆍ가전 사업과의 시너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미국에 GIC를 설립했다. GIC은 그동안 다수의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나 이번처럼 아예 인수한 경우는 많지 않다. 삼성페이에 탑재된 마그네틱보안전송(MST) 기술을 보유한 루프페이는 GIC가 인수를 결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가 올해 첫 M&A 대상으로 IoT기업을 꼽은 것은 IoT 가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계는 삼성전자가 퍼치의 기술을 자사 TV, 냉장고 등 가전 제품에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퍼치는 기존 가전 제품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에 특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형 삼성 제품을 스마트 가전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퍼치 조직을 흡수한다고 해도 삼성의 가전 경쟁력이 당장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경쟁사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가전 시장은 2015년부터 연평균 134% 성장해 2020년에는 2억23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전사들은 IoT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7에서 스마트 가전을 대거 선보이며 국내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한국 가전에 뒤처진 중국 가전사들은 스마트홈 기능을 강화하며 차별을 꾀하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얼, 하이센스, 스카이웍스 등 대부분 중국 가전들은 CES2017에서 사물인터넷을 지원하는 에어컨, TV, 냉장고 등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를 전시했다"며 "국내 제품이 분명 우위를 보였지만 아마존, 구글 등과 연동한 IoT 지원은 오히려 중국 업체 쪽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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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중국 기업들에 대응하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수사를 받고 있어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크고 작은 8건의 M&A 및 투자를 성사시켰다"면서도 "삼성전자가 70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데도 경영 공백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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