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가계④]시름하는 서민…독과점 식품기업만 '웃는다'
재고자산평가익 증가로 단기 수익 상승
정권교체기는 가격 인상하기 가장 좋은 시기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연초부터 맥주, 라면, 참치캔 가격까지 인상되며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가격 인상 현상은 대기업과 시장 독과점 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2년여 동안 한국 소비자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신장률이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성장률을 하회하며 물가 충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26일 김태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면 소비재 제조업체의 원가가 올라가며 마진이 감소한다"면서도 "그러나 안정적 생산을 위해 다수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우량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재고자산평가익도 증가해 오히려 이익률이 크게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일정규모 이상 원부자재 재고를 확보해 놓고 생산하는 일부 소비재 제조업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원부자재 가격상승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되면 원가상승에 의한 소비재 제조업체들의 마진감소 압박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하지만 가격인상을 통한 마진개선으로 해소가 가능하지만 소비재의 가격인상은 예상처럼 쉽고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소비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인상과 수요감소의 상관관계에서 매출이 증가하거나 유지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하고 인상의 시작을 가격결정권을 가진 독과점 제조업체들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물가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보여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제조업체는 원가에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이는 일관된 가격구조를 가져가기 때문에 시점의 차이일 뿐 결국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재 제조기업의 측면에서 보면 인상시점 이후부터 마진개선으로 인한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 호재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입장에서 국민의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비재 가격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다. 때문에 정부의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도움이 필요한 대다수의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비교가격이 없는 신제품을 제외한 기존 제품의 가격을 조정할 때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권이 교체되는 정권 말 레임덕 기간에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 정책집행 공백기인 이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면 물가상승에 대한 책임을 현 정권은 차기 정권에게, 차기 정권은 전 정권에게 서로 미룰 수 있는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재 제조업체들 중 특히 식음료 기업의 입장에서는 시작되는 원부자재 가격 인플레이션과 향후 5년여 간 신정부 아래에서 정부의 물가안정정책에 반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올해 가격을 인상해 충분한 마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대문에 김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들이 최근 들어 식음료 기업들을 비롯한 소비재 기업들이 앞다퉈 가격을 인상하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격인상으로 인한 소비침체와 수요감소, 정부의 물가안정 등의 이유로 독과점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가격 결정권이 없는 중소 소비재 제조업체들에게는 대형악재로 작용된다.
규모의 경제 미비로 마진구조와 자금력이 탄탄하지 않은 중소 소비재 제조업체는 가격인상 시기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마진감소의 영향이 커서 더 많은 기업이 퇴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력과 브랜드력이 뛰어난 일부 독과점 제조기업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기회로 작용된다. 이같은 시기를 거치면 우량 독과점 기업들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경쟁사를 정리하고 시장점유율도 더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후 가격인상이 시작되면 이러한 과정을 버틴 우량 독과점 기업들이 다시 펀더멘탈 개선의 호재를 맞이한다.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이미 인상돼 유지되고 있는 제품 가격의 효과로 살아남은 우량 소비재 제조업체들의 마진률은 극대화되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우량 독과점 제조업체에게 물가상승에 의한 소비재 가격인상은 주기적인 장기 사이클로 찾아오는 대형호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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