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대출 사업성 있어야 가능토록 구조개편…여신심사모델 정교화·통계시스템 구축 등 나선다

치킨집·편의점 사장의 눈물…금융당국 빚폭탄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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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영후(45ㆍ가명)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투자금 9500만원을 들여 치킨집을 차렸다. 하지만 개업 후 종업원 2명의 인건비 지급도 빠듯할 정도로 적자가 났다. 청탁금지법과 조류 인플루엔자(AI) 파동이 겹치면서 손님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1년만에 문을 닫았고 권리금과 시설투자비 등을 합해 총 8000만원의 돈을 고스란히 날렸다. 조 씨는 "수중에 들어오는 돈이 없는데 인건비, 식자재, 임대료까지 고정비는 계속 나갔다. 빚을 갚기는 커녕 더 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돼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계부채의 '취약고리'인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매스를 들이댄다. 사업성 있는 자영업에 대출을 선별해주도록 해 시장에 무분별한 진입을 막고 창업 컨설팅과 재기 지원 등을 통해 정책적 지원도 가동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000억원에 이르며 차주(빌려쓴 이) 수는 141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 평균 금융부채는 7523만원으로 전년 대비 7.7%나 증가한 반면 가처분소득은 4583만원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소득보다 부채가 훨씬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의 대표적인 업종인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2011년 185만4000명으로 저점을 찍고서 이후 5년째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227만7000명까지 불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에 소상공인(자영업자) 전용 여신심사 모형을 구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영업자 지원 및 대출 관리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예컨대 치킨집이나 카페 등이 밀집한 지역에 같은 업종을 차리면 은행 대출금리나 조건이 나빠지는 반면 사업성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가게를 열면 지금보다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여신 심사 모델'을 정교화한다는 복안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 여신심사 모형을 따로 만드는 것은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창업을 막자는 취지다. 은행들은 매출액, 연체 이력 외에도 자영업자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디에 어떤 가게를 열려고 하는지 살펴본 뒤 대출해줘야 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만드는 과밀업종·지역 선정 기준 등을 참고해 과밀지역 창업자에게는 가산금리를 매기거나, 대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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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미시분석 작업도 한다. 금감원과 나이스신용평가사와 함께 업종별, 유형별 분석을 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기업대출)과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이 혼재돼 있어 정확한 통계 파악이 미흡한 상황이다.


아울러 자영업자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은 확대한다. 생계형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미소금융 공급을 지난해보다 1000억원 많은 6000억원으로 늘리고, 사업자 햇살론도 3000억원 공급한다. 의료비 등 긴급 생계자금 지원한도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한다.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특별지원 자금 공급은 지난해보다 1조원 늘린 12조원으로 계획했다. 현재 운영 중인 중소기업 재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자영업자 재창업지원 프로그램'을 3분기 중 신설한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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