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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이란 노래가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관광버스 춤으로도 유명한 이 곡에는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드는, 시쳇말로 ‘사이다’ 가사들이 많았다. 유독 기억에 남는 가사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였다.


당시만 해도 청바지를 입고 회사를 간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직장인들은 양복차림에 넥타이 매는 것을 당연시했다. 회사 지침이 그랬기 때문이다. 개성보다 몰개성을, 자율보다 자제를, 다양함보다 질서를 강요하던 분위기였다. ‘청바지’라는 존재는 회사를 향한 반항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직장인들의 출근 복장이 크게 달라졌다. DJ.DOC가 말한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채색 중심이던 복장이 저마다의 색을 찾으며 화사해졌다. 자율, 개성 그리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며 옷차림도 그에 맞게 진화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한민국 기업 내에는 ‘몰개성, 자제, 질서’를 강요하는 문화가 잔재해 있다.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습관적인 야근, 전원참석 회의와 불필요한 보고문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한상의가 지난해 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상사의 갑작스런 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장 때문에 주5일 중에 평균 2.3일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대한민국의 후진적 기업문화는 조직의 건강을 해치며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국내기업 100개사 중 77개사의 조직건강도가 글로벌 기업 평균 조직건강도에 비해 낮게 나왔다는 조사결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의 기업문화 아래에선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유년 기업신년사의 최대 화두도 ‘기업문화 혁신’이었다. 기업들은 후진적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방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꽤나 파격적인 시도들이 눈에 띈다. 기업들은 업무 프로세스와 평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부터 소통을 늘리기 위한 노력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 아쉬운 부분도 많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심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님’자를 붙여 호칭한다거나, 야근을 없애기 위해 퇴근 시간 후엔 건물 내 전등을 끈다는 식이다. 이런 피상적인 조치만으로는 기업문화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부터 바뀌어야 한다. 기업문화개선의 핵심은 CEO의 인식과 변화의지다. CEO는 자사의 기업문화를 직원들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기업문화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데 정작 CEO는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CEO는 자사의 기업문화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곪아 있는 기업문화가 있다면 원인을 찾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또 CEO는 올바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업가치관을 설정하고 구성원들과 공유해야 한다. 가령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똑같은 청바지와 티셔츠를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 공동체를 가장 잘 섬기는 것 외에는 해야 할 결정의 수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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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의 청바지와 티셔츠는 기업가치관을 상징했다. 그의 가치관은 구성원들에게도 공유돼 ‘공동체를 중심으로’, ‘신속한 결정을 내리는’ 페이스북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모습을 한국 기업들이 배워나가야 한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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