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코리아]"대통령 권력은 모든 것 빨아들이는 거대한 소용돌이"
'승자독식' 권력구조, 수술대 올려야
'다수결' 선거제도 문제…숙의제 도입해야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올해 최대 정치 이벤트인 19대 대통령선거의 화두는 '권력구조개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드러났듯이 국가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구조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야 대권주자들은 본격적인 공약 준비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권력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소위 정권의 비선실세가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한 반면, 이를 감독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다.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이 전부 비선실세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도 현 권력체계가 가진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1987년 개헌 이후 지금까지 어떤 정권도 비선실세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한 자원개발이 있었고 참여정부에서는 호남 서남해안 지역 개발 추진업무를 전혀 관련이 없는 인사수석에게 맡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이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정권 때도 비선실세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대통령의 권한은 외교, 국방, 통일 등 국가안위를 포함한 전영역에 걸쳐 있다. 헌법에 명시된 권한만 보더라도 조약 체결ㆍ비준, 외교 사절 신임ㆍ접수ㆍ파견을 비롯해 국군통수권, 대통령령 제정권, 긴급조치권, 계엄선포권, 공무원 임면권, 사면권, 영전수여권, 국회출석권 등 다양하다. 가짓수도 많지만 이들 권한이 공직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게감은 상당하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특성을 감안해 우리나라 권력구조를 대통령을 핵으로 한 '소용돌이'로 비유하기도 했다.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권한과 단임제의 결합이 비선실세가 활개 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5년 집권기간 중 후반 2년은 레임덕으로 날리고 나머지 3년이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기"라면서 "이 기간 동안 비선실세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단체가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카드는 '헌법개정'이다. 매 정권마다 '국정 운영시스템의 기본 원칙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비판여론이 반복된 만큼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개헌관련 모임이 형성됐고 이달부터 국회개헌특위가 구성돼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 분산이다. 과도한 권력집중을 막아 남용과 비선실세의 호가호위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닌 분권형으로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은 피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이원집정부제와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방안이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도 중요한 과제다. 선거제도 개편은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기 위해 필요하다. 권력 분산과 함께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강력한 제3의 후보가 등장하면 표가 분산돼 당락이 예측과 달리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사표(死票)가 크다는 점도 선거제 개편을 부추기는 요소다. 지금까지 대선을 치르면 1위와 2위의 비율은 대부분 51대49를 나타냈다. 바꿔 말하면 유권자 절반의 민심은 대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다수결 보다는 '숙의(熟議)'를 체계화해야 하며 결선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제는 다수결 민주주의에서 '숙의민주주의'로 가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실었다. 다수 의견도 중요하지만 소수의견을 받아들이는 세밀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표 최소화를 위해 결선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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