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쾅 소리"…체코 성당서 800년 전 성인 두개골 도난
체코 성당서 13세기 성인 두개골 도난 사건
용의자, 예배당 성유물함 깨부수고 도망쳐
"신성에 대한 공격…저주 받을 수 있어"
체코의 한 성당에 안치돼 있던 800년 전 성인의 두개골이 대낮에 도난당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연합뉴스는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을 인용해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체코 북부 마을 야블론네 프포데슈테디에 있는 성 라우렌시오·즈디슬라바 대성당에서 성인 즈디슬라바(1220∼1252)의 두개골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절도범이 예배당 내 성유물함을 깨부순 뒤 유골을 훔쳐 간 것으로 보고, 어두운 옷차림의 용의자가 찍힌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검은 옷에 흰 신발 차림의 용의자가 두개골을 들고 성당 안 좌석 사이를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는 초기에 남성으로 특정됐으나, 불확실해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범행은 저녁 예배 시작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보 시스템은 예배 준비를 위해 꺼져 있었고, 성당 안에는 제의실에서 예배를 준비 중이던 사제 한 명만 있었다. 두개골은 성당 본당 측면 제단 중 한 곳에 안치돼 있었다. 야블론네 프포데슈테디 도미니크회 수도원장 파벨 P. 마이어는 "제단으로 나왔을 때 두 번의 쾅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 달아나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성 즈디슬라바는 체코에서 국민 수호성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옛 보헤미아 귀족 출신으로 일곱 살 때부터 숲에 들어가 기도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왔다고 전해진다. 1907년 교황 비오 10세 때 시복되고, 199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 시성됐다. 두개골은 1908년 금도금 성유물함에 안치된 뒤 10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왔으며, 성당 지하 납골당에는 나머지 유해가 안장돼 있다. 성당 자체도 그녀의 묘 위에 1699∼1729년 사이 지어진 것으로, 이 지역을 찾는 순례자들의 주요 경배 장소로 기능해왔다.
경찰 대변인 다그마르 소호로바는 "도난당한 유골의 금전적 가치를 확인하고 있지만 역사적 가치는 분명히 헤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프라하 대주교 스타니슬라프 프리빌은 "성스러운 장소에서의 절도, 특히 성인의 유해를 훔치는 것은 신성한 것에 대한 공격"이라며 "성유물을 훔친 자에게 저주나 불운이 닥칠 수 있다. 위협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경고하며 반환을 촉구했다. 체코 주교회의 의장 요제프 누지크도 "아직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며 유골을 돌려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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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종교 예술품과 성유물을 겨냥한 교회 절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문화재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가톨릭 역사상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으로 시성된 카를로스 아쿠티스의 성유물이 시성 이틀 만에 베네수엘라 교회에서 도난당해 충격을 줬다. 도난당한 성유물은 유리 성유물함에 보관돼 있던 소형 천 조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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