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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본 2016] 최순실에 열받고, 촛불에 힘받고, 박보검에 위로받고

최종수정 2016.12.30 11:07 기사입력 2016.12.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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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를 관통한 국내 10人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세밑이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을 으레 쓰지만 올해처럼 일이 많았던 해는 없었다. 이세돌의 패배에 당황스러웠지만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이 아니다"는 그의 말에서 인간의 숭고함을 느꼈고, 국민남동생 박보검에 여심은 흔들렸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에 찬사를 보냈고 부상 투혼 속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박인비에 환호했다. 여소야대로 바뀐 총선과 김영란법 시행 등 굵직한 일들이 많았지만 그 이름 '최순실'은 이슈 블랙홀이 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전국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군주민수(君舟民水)'. 임금은 배, 백성은 물과 같아서 물은 배를 띄우지만 성난 파도는 배를 뒤집을 수 있음을 경고한 이 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시국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주범…뇌물죄 등 혐의 전면 부인
최순실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회 공판준비기일 참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인턴기자)

최순실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회 공판준비기일 참석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문호남 인턴기자)



최순실, 그 이름 석 자는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메가톤급으로 흔들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친분이 있었던 그는 비선실세로 지내면서 국정 전반을 농단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박 대통령 연설문 등을 미리 넘겨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됐고, 대기업들로부터 700억원대 자금을 끌어 모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년 전 그의 남편인 정윤회와 관련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태 때 박관천 전 경정이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라고 했던 것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그는 "종신형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발언하는 한편 지금껏 나온 여러 혐의들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존재 첫 공식 확인…최순실 게이트 피의자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윗선이 공식 확인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선실세 의혹이 있었지만 대통령을 대상으로 일일이 지시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비선실세 존재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설마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는 의견이 다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역대 대통령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서면보고에 의존하고 공개석상에서 자유로운 의견 피력을 극도로 자제했다. 2013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기자회견은 다섯 차례에 불과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간 30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도 연간 20여회 이상 실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업무지시는 소위 '문고리 3인방' 등 일부 측근을 통해 이뤄졌다. 결국 소통과 정보전달의 불균형은 비선실세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촛불집회 시민들, 국정농단 분노의 촛불…대규모 비폭력 평화시위 기록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서울에서 170만명, 지역에서 62만명이 모여 '헌정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6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주최 측 추산 서울에서 170만명, 지역에서 62만명이 모여 '헌정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들은 일제히 촛불을 들었다. 지난 10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난 3일에 열린 6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국에서 232만명(서울 170만명, 지역 62만명)이 모여 '헌정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세밑 10차 촛불집회까지 누적인원 1000만명의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올해 수차례의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많은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대규모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폭력 사태나 우발적 사고는 없었다. 이에 영국BBC 등 수많은 외신들은 대규모 비폭력 평화시위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념·성별·연령·지역을 뛰어넘어 거리로 나왔고, 이를 두고 '국민대통합을 이뤘다'는 말까지 나왔다.


알파고, 이세돌 9단에 승리…인공지능 발전 역사의 변곡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사진=아시아경제DB)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사진=아시아경제DB)



지난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은 전 세계를 전율시켰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승리를 거뒀다. 이후 AI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비관론과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부딪히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AI 발전 역사의 변곡점이 된 해다. 구글·아마존·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AI 비서는 이미 여러 기기에 탑재돼 우리를 알게 모르게 돕고 있다. 미국 IT 전문지 '인가젯'의 말마따나, "2016년, 모든 곳에 AI가 있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경영권 분쟁·비리 의혹·崔게이트 연루 '최악의 시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시아경제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아시아경제DB)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시련의 세월을 보낸 인물이다. 지난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 분쟁 이후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경영 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최측근인 이인원 전 롯데 부회장을 잃었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기사회생했지만, 4개월간 이어진 검찰 수사로 그룹은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는 대대적인 경영 혁신안을 발표하며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3차 면세대전에서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월드타워면세점 부활에는 성공했지만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국회 청문회장에 불려 나가는 수모도 겪었다.


김영란 前국민권익위원장, 공직자·언론인 등 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법 발의

김영란 前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사진=아시아경제DB)

김영란 前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사진=아시아경제DB)



올 한 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사람 이름은 '최순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김영란'이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름을 딴 '김영란법'은 지난 9월28일 시행 전후 사람들 사이에서 단골 이야깃거리였음은 물론 엄청난 사회 변화를 몰고 왔다.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의 청렴성은 이제 완전히 법적 테두리에 속하게 됐다.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다. 김 전 위원장이 2012년 발의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이 그 씨앗이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내수 위축이 현실화했지만, 이것이 보다 청렴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입사 25년만 오너일가로는 8년만에 등기이사 선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시아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시아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입사 후 25년 만에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책임경영'의 첫발을 뗐다. 부친 이건희 회장이 2008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8년 만에 오너 일가가 경영 참여에 공식적으로 나선 것이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내년 상반기 중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배당 확대와 해외 상장 등의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자동차전장기업 하만을 국내 기업 해외 인수합병 최대금액인 8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 부회장은 12월 6일 열린 국조특위 청문회에 참석해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함께 예상을 깬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물류대란 책임론 대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아시아경제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아시아경제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해운 업계의 구조조정 급물살 속에 그룹 육해공의 한 축이었던 한진해운을 잃게 됐다.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을 넘겨받아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하자 법정관리를 신청, 이후 물류대란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과 함께 거센 책임론에 휩싸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 5월 자진 사퇴를 발표했지만 '최순실게이트'가 터진 이후에는 최순실씨와 최씨를 비호한 정부 당국자들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사퇴통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부인이자 조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 여사가 별세하면서 정재계 등 각계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소설가 한강, 英맨부커상 수상…표절로 멍든 문학계에 약손
소설가 한강 (사진=연합뉴스)

소설가 한강 (사진=연합뉴스)



소설가 한강(46)은 표절로 멍든 문학계의 표피를 산들바람처럼 어루만졌다. 지난 5월 16일 육식 거부를 다룬 연작 장편 '채식주의자'로 영국 런던에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 지난 1월까지 2만 부 남짓 판매된 소설은 수상 뒤 지금까지 66만 부가 팔렸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또 다른 장편 '소년이 온다'도 11만 부 이상을 기록했다. 다른 문학에까지 영향을 미쳐 올해 한국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6%(교보문고 집계) 증가했다. 2007년 출간돼 잊혀져 가던 소설은 영국인 데버러 스미스(28)의 빼어난 번역을 만나 높이 날아올랐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어권 유력지들이 일제히 아름다운 문장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에 찬사를 보냈다. 공허한 기치에 불과했던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번역이 중요하다는 명제를 일깨웠다.


배우 박보검, '응팔''구르미' 잇단 히트…보검매직 신드롬
배우 박보검 (사진=아시아경제DB)

배우 박보검 (사진=아시아경제DB)



올해 새롭게 떠오른 스타를 꼽으라면 탤런트 겸 배우 박보검(23)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1년 영화 '블라인드' 이후 데뷔 5년 만에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여주인공 성덕선(혜리)을 오매불망 사랑하는 바둑기사 최택을 연기하며 여심을 뒤흔들었던 박보검은 첫 사극인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사랑에 빠진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그는 '보검매직'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해 내며 광고시장까지 접수했다.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지난 4월23일 대만에서 해외 첫 팬미팅을 시작한 박보검은 지난 10일(말레이시아)과 17일(홍콩) 팬미팅에서도 구름관중을 몰고 다녔다. 평소 바르고 선한 이미지와 걸맞게 동료 지인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그의 성품을 칭찬하는 미담이 끊이질 않으면서 팬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박보검의 2017년 행보도 주목된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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