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미국이 1년만에 기준금리 인상 단행과 함께 내년 3회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 기준금리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조로 내세우며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 카드를 번갈아가며 써왔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 이후 동결 결정을 이어가며 효과를 살펴보는 식이었다. 미국이 9년6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한 작년 12월 이후에도 이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올 6월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며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한 것도 그래서였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별개로 우리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란 게 한은 입장이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도 인상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면 자본유출 현상을 사실상 방어하기 힘들어진다. 실제 작년 12월 미국의 1차 금리 인상 당시 3개월간 6조3340억원이 빠져나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됐던 최근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상장주식 1조19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과거에도 한국 기준금리는 대체로 시차를 두고 미국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1999년부터 최근까지의 한국과 미국의 금리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정책금리 변화가 시작된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같은 방향(인상 또는 인하)으로 조정하기까지에는 평균 9.7개월의 시차가 존재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미국은 2004년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한국은행은 그 후 15개월 만인 이듬해 10월 기준금리를 올렸다. 또 미국은 2007년 9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으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한국은 13개월이 지난 2008년 10월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한국 기준금리도 내년 하반기께 미국을 따라 움직일 수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압박이 여전하다는 것도 한은에게 부담이다.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우리 경제는 내수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도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에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를 강조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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