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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 뉴요커가 이해하기 힘든 탄핵기

최종수정 2016.12.19 23:37 기사입력 2016.12.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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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 황준호 특파원] 뉴욕 맨해튼 한 복판에서 매주 열리는 한국어-영어 언어교환 모임은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매번 '썰전(說戰)'이 펼쳐졌다.

쇼를 방불케 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관전기도 우리와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소 한 번은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으며 10분 정도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형용 불가였다. '괴물(freak)'이나 '이상한(wierd)' 이라는 말도 부족했다.

박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어떠한 답변 혹은 설명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가장 이해 불가한 것은 "왜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가"였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이 나오자, 궁금증은 더해졌다. 왜 자기 문제를 시인하지 않고 국회의 결정을 받으려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과거에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든, 세월호 사건 당시 6시간40분 동안 무엇을 했든, 최순실이 대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유령 재단을 만들었든 간에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떠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결국에는 박 대통령의 귀에는 광화문에서 외치는 국민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 기각이 나온다면 박 대통령이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것이 헌법 정신을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는 반문이 돌아왔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서장훈씨의 유행어로 되받아친 이 미국인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헛짓거리라고 했다.
어느새 화제는 자기 나라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트럼프가 앞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얼마나 후퇴시킬지 지켜보라"면서 "트럼프가 인종과 성차별 등으로 미국을 분열시켰다면 박 대통령은 한국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필리핀계 미국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후 한 달에 1000명 이상이 죽어나갔다"면서 "살인자보다 더한 최악은 없다"고 푸념했다. 모두 박 대통령이 최악의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지만 기자의 귀에는 위로로 들리지 않았다.

한 미국인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것은 그것을 결정해 줄 최순실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나마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됐다. 국민이 탄핵과 상관없이 박 대통령이 물러나기를 원하는 것은 그의 기만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서 비롯된다. 국민 기만, 그것이 그가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뉴욕 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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