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방불케 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쏟아지는 미국인들의 관전기도 우리와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소 한 번은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으며 10분 정도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형용 불가였다. '괴물(freak)'이나 '이상한(wierd)' 이라는 말도 부족했다.
과거에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든, 세월호 사건 당시 6시간40분 동안 무엇을 했든, 최순실이 대기업의 기부금을 받아 유령 재단을 만들었든 간에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떠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결국에는 박 대통령의 귀에는 광화문에서 외치는 국민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 기각이 나온다면 박 대통령이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것이 헌법 정신을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는 반문이 돌아왔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서장훈씨의 유행어로 되받아친 이 미국인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헛짓거리라고 했다.
한 미국인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것은 그것을 결정해 줄 최순실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나마 박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됐다. 국민이 탄핵과 상관없이 박 대통령이 물러나기를 원하는 것은 그의 기만 때문이다. 대통령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에서 비롯된다. 국민 기만, 그것이 그가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뉴욕 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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