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자격 강화 등 주택 규제에 여윳돈 이동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주택거래가 줄어들면서 토지로 수조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얼마 남지 않은 수도권 신도시의 상업시설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인 데다 1300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주택 시장의 규제 장벽을 높인 영향이다.
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전날 개찰한 경기도 평택시 고덕국제화계획지구 근린상업용지 28필지가 233%의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전부 주인을 찾았다.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한 이들 토지의 공급예정가격은 1024억원이었으나, 실제 총 낙찰금액은 2383억원에 달했다.
전체 면적이 1341만㎡인 고덕지구는 수용인구가 14만여명으로 계획된 수도권 남부의 대규모 신도시다. 이날 정식개통한 SRT(수서발고속철도) 지제역이 인접해 있고 평택~음성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광역교통망이 우수하다. 평택은 미군부대 이전으로 인구유입도 증가 추세다.
특히 고덕지구의 생산기능을 담당할 393만㎡ 규모의 삼성 고덕산업단지의 반도체 공정이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된다. 삼성이 시설 투자에만 15조원을 투입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향후 평택시청까지 이전할 경우 교통·행정·주거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자족 신도시가 된다.
정부가 전매제한 등 주택 시장을 규제하자, 여윳돈이 다른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LH에서 공급한 신도시 땅을 사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공급된 남양주 별내지구의 점포겸용단독주택용지는 청약 자격이 강화됐음에도 최고 609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택 분야의 규제 장벽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상가 등 또 다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고덕지구는 배후수요가 탄탄해 투자자들이 관심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잘 계획된 신도시에도 장기 방치된 상업시설들이 있다"며 "입지를 잘 따져 입찰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