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여 장학재단 연합회 설립해 인재육성·장학체계 개선에 힘쓸 계획
조 회장은 7일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천안함 생존 장병들 가운데는 심한 외상후 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많다"면서 "희생 장병 유족과 생존 장병들은 모두 천안함이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인 만큼 하나가 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국민성금 등으로 마련된 재단 자금을 희생 장병 유족들에게 써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있는 말이다.
우리 해군의 고속정에 이어 두 번째로 국사화된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을 받아 침몰했고 승조원 46명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산화했다. 조 회장은 46명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지원하는 사업을 맡아오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면서도 "살아남은 장병도 자기 역할을 다한 영웅인 만큼 이들이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는 바다를 지키는 장병에 대한 고마움을 진심으로 표시했다. 연금 1600만원을 모아 지난달 말 연평도에 자기 이름이 붙은 작은 북카페를 하나 연 것도 이런 뜻에서였다. 지난해 DMZ 북카페 개설에 이어 두 번째다. 조 회장은 "서해 NLL 최전방을 사수하고 있는 해군 장병들에게 작은 휴식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책 450권을 마련했다"면서 "장병들이 보람된 병영생활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세무사 회장으로 있을 때 세무사회가 모금한 성금 2300만원을 방송국에 전달하면서 해군, 천안함재단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 전에는 해군에 대해 전혀 몰랐다. 육군 병장 출신인 그는 평생 세무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는 1966년 국세청 개청과 함께 9급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뒤 지난 2004년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 명예퇴임하기까지 38년간 공직생활을 했다. 이후 한국세무사회 회장을 4년간 연임했다. 그는 지난 4월 공직생활 경험을 담은 '나는 평생 세금쟁이'라는 자서전도 펴냈다. 이 책은 국세청의 역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 장학재단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1984년 선친이 남긴 유산 5000만원을 기반으로 1994년 석성장학회를 발족해 2001년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그동안 가정환경이 어려운 탈북자가정 및 다문화 가정, 장애인가정, 결손가정의 자녀 등 2000여명의 중·고·대학생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또 선배 세무사의 기부로 재단 자산을 28억원으로 불려놓았다. 기부뿐 아니라 중증 장애인 지원, 밥퍼 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 경영고문이자 청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은 앞으로 국가기관인 한국장학재단과 전국 2500여개의 민간 장학재단의 연합회를 결성, 장학 사업 체계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생각이다. 15일 발족하는 연합회의 부회장으로서 조 회장은 장학금의 중복수령 방지. 탈북민과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장학금 지원과 인재육성, 불합리한 정부 규제 철폐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조 회장은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이 장학금을 받아서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진 사람들이 장학재단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가 흘러가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좋은 일을 하니 70이 된 이날에도 월급 받고 살지 않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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