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7년의 정치·경제적 여건을 고려할 때 달러화의 강세가 글로벌한 범위에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다만 해외매출이 늘어난 미국 기업들이 달러화 강세를 견뎌낼 수 있을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전략적 무역정책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에 따라 달러화 강세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에서 나타난 유럽과 미국인들의 우경화는 이전에 저소득층이 자산가격 상승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또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서 삶의 질이 개선되지 못할 때 흔히 나타나던 현상이다. 김일구 연구원은 "미국인들의 정치성향의 변화로 인해 트럼프 정부는 금리는 균형금리보다 높게 유지하고 투자는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나라들은 경제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면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정치적 불안정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 이에 더해 당장 이번 주말에 이태리와 오스트리아에서 치러지는 유로존 국가들의 선거와 2017년에 실시되는 네덜란드, 프랑스와 독일 선거에서 반이민, 반 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파 정당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환율 감시대상국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조작국을 지정하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미 중국을 내년 4월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이후 다른 국가들로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서라도 환율을 다시하락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구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2000년 이후 장기평균과 2010년 이후 중기평균 모두 1110원~1120원대인데, 일시적으로 평균 이상으로 상승한 환율은 다시 평균으로 복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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