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국내 제조업체들이 다음달 경기가 현재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에 대해 기업의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다음달 제조업의 업황 전망 BSI는 72로 지난달과 동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황 전망 BSI는 지난 8월(71) 이후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중 업황 BSI는 72로 전월에 비해 1포인트 상승했다.
하세호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과장은 "일반적으로 전망BSI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는 기대를 담아 현재 업황BSI보다 높게 나오는데 이번에는 국내외 불안정한 상황이 기업 관계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제조업체들의 심리는 경영상 애로사항에 대한 답변에도 반영됐다.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꼽은 경영 애로사항 1위는 내수부진으로 전월에 비해 2.3%포인트 줄어든 24.2%를 기록했다. 이어 '불확실한 경제상황'이라는 응답은 20.3%로 전월에 비해 3.0%포인트 늘었다. 증가폭은 지난 2012년 8월(3.3%) 이후 최대다. 이 외에 수출부진(10.9%), 경쟁심화(10.0%), 환율(7.6%), 자금부족(5.6%) 등의 답변이 나왔다.
자동차 업황이 개선되면서 관련 납품업체가 대다수인 1차 금속 업황BSI도 10월 56에서 11월 71로 개선됐다. 석유정제·코크스도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업황BSI가 61로 전월에 비해 18포인트 올랐다.
반면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업황BSI는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가 남아있어 전월에 비해 7포인트 떨어진 78을 기록했다. 시멘트업체 등이 포함된 비금속광물의 경우에도 건설 경기가 부진하면서 91에서 86으로 떨어졌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기타운수의 경우 11월 업황BSI는 31로 전월(35)에 비해 4포인트 떨어졌다. 조선·기타운수 업황BSI는 지난 6월(29) 이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업, 서비스업 등이 포함된 비제조업 업황BSI는 73으로 전월대비 1포인트 상승했으나 12월 업황 전망 BSI는 72로 전월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건설업은 10월 73에서 63으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면서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 분양시장 위축 등으로 이어진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비제조업의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내수부진(24.3%)이었고 불확실한 경제상황(15.5%)과 자금부족(7.3%) 등이 전월에 비해 각각 0.5%포인트, 1.6%포인트 올랐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수출기업, 내수기업, 대기업의 업황 BSI가 모두 개선됐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은 각각 2포인트, 1포인트 오른 72였으며 대기업은 전월에 비해 4포인트 올라 77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은 64로 10월에 비해 3포인트 하락했다.
하 과장은 "자동차·1차 금속·석유정제 등 업황BSI가 개선된 산업들이 대부분 대기업이어서 관련 지수가 올랐고 전자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체감지수는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22일에 진행됐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총 2789개 업체가 조사에 응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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