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건'은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국으로 도약해 가는 시점에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헌정유린 사건이다. 이 사태의 출구가 어디인지 막막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장기 경기불황이다. 경제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도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부실 심화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근본 원인으로 후진적 경제 시스템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들 수 있다.
전경련이 불법모금 과정에서 주도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의 추악한 전모가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30여년 전 군부독재 시절 만들어진 ‘일해재단’ 사건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데자뷔'로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기구로 알려진 전경련이기에 그 운영을 투명하고 합법적으로 했어야 했다. 향후 특검 등을 통해 진상이 밝혀지면 관련자를 엄벌해야겠지만, 해체 여론을 자초한 것은 자정능력마저도 상실한 전경련이다. 부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전경련은 조속히 존립에 대한 근본적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금권이 특정 정치권력과 결탁하면 시민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매도되거나 매몰됨으로써 전제화로 치닫게 된다는 점에서, 예로부터 지속적으로 경계의 대상으로 강조돼 왔다. 이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내야 경제도 건전해지고, 정치도 정치다워진다.
IMF가 지난 8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공시수준과 회계감사기준, 규제의 법제도적 효율성 등의 항목에서 분석대상 20개국 중 우리 기업은 태국·필리핀 등의 아시아 신흥국가에도 밀린 최하위권이었다. 최근 ‘롯데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우리 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는 매우 후진적이다. 이로 인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됨으로써 결국엔 국부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재벌 대기업에 대해 지속적인 국민적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투명한 지배구조로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기업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탈법행위를 한 경영진들에 대해 책임추궁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대표소송제기 요건을 완화하고, 다중대표소송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사외이사제 개편 등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범위의 확대 등 공정거래법제의 개정도 필요하다. 경제발전은 기업경영의 건전성이 담보될 때 지속가능한 것임을 상기할 때다.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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