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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칼날' 해체된 국제그룹부터 차떼기 논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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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요청 거부한 기업, '괘씸죄' 걸려 공중분해…뿌리 깊은 준조세 논란, 정경유착 시선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공권력에 의한 국제그룹의 전격적인 전면 해체 조치는 헌법에 규정된 개인 기업 자유와 경영권 불간섭의 원칙을 직접적으로 위반한 것이다."

1993년 7월 헌법재판소는 국제그룹 해체 사건에 대해 "법률적 근거 없이 사영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하여 그 힘으로 이를 제3자에게 이전시키기 위한 공권력의 행사"라면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국제그룹은 1947년 양정모 회장이 부산 범일동에 세웠던 국제고무공장에서 출발해 신발은 물론 중화학과 섬유, 건설 등 여러 분야에 진출해 재계 서열 7위까지 성장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인 1985년 해체되면서 공중분해됐다. 국제그룹 해체의 표면적인 이유는 무리한 기업 확장과 해외 공사 부실 등이었지만, 거대 기업의 공중분해 이유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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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부의 정치자금 지원 요청을 받았지만 국제그룹이 내놓은 금액이 부족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른바 '괘씸죄' 논란이 겹치면서 밉보였고, 결국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는 국제그룹 사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정부의 부당한 판단에 대해 역사적인 심판을 내린 셈이다. 국제그룹 사건은 정치권과 기업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재계 7위의 거대 기업도 정치권력의 눈밖에 나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사연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큰 기업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도 '정치 풍향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최근 한국 사회 쟁점으로 떠오른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의 서슬 퍼런 칼날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씨 주변 인물들은 최고 권력과의 친분을 앞세워 기업을 향해 직간접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이에 응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특히 기업 오너가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힘겨운 처지의 기업일수록 타깃이 됐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때일수록 기업을 향해 손을 벌리는 행태가 노골화됐다. 2002년 대선과 관련한 '차떼기 사건'으로 여러 정치인들과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이중 일부는 실제로 유죄가 인정돼 처벌을 받기도 했다.

주요 기업을 통해 마련한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주요 대선 캠프 쪽으로 전해졌다. 사과박스에 1만원권을 담아 전달하는 형식을 넘어 아예 현금이 실린 트럭 째 전달했다고 해서 '차떼기' 논란으로 번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 결과, 당시 한나라당은 주요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823억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터진 이 사건 때문에 한나라당은 여의도 천막당사로 당을 옮기는 등 국민 여론의 눈치를 봐야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모여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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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공화국의 대표적인 부정 비리인 '일해재단' 사건도 기업 팔을 비틀어 정치자금을 모았던 대표적 사건이다. '5공 비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1984년부터 1987년까지 598억5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의 물가 차이를 고려할 때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권력의 자금 지원 요구에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응할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문제가 되면 함께 책임을 지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돈을 제공한 쪽에 대한 조사가 당연히 이뤄질 수밖에 없고, 실정법 위반 혐의가 포착되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

게다가 기업의 자금 지원을 둘러싼 비판의 시선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거액의 자금 지원을 할 경우 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게 일반인들의 시선이다.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따라 기업이 거액의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도 여론이 기업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이유다.

과거 한국 현대사를 되짚어볼 때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정치권력의 자금 지원과 기업의 반사이익이 반드시 등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관련 당사자 측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순실 사건만 놓고 봐도 자금 지원 요구에 불응한 기업들이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지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면서 "반사이익을 바라는 것보다 불이익을 피하고자 어쩔 수 없이 자금지원에 응하는 기업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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