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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發 구조조정 진통]"현실 반영 못해" 철강·유화업계 '난색'(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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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유화업계, 정부 구조조정 대책에 반발
"이미 다 나온 얘기…전시용일 뿐" 비판도
조선 구조조정 대책은 내달 중 발표…같은 일 반복될까 우려


▲철강 이미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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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철강·석유화학업계가 30일 나온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다 나온 얘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친데다 업계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전시용일 뿐"이라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후판 설비 줄이면 저가 중국산에 잠식될 것"=정부는 철강업계 첫번째 구조조정 대상으로 후판을 지목했다. 후판은 배를 만드는데 쓰이는 두꺼운 강판을 말한다. 조선사들의 수주 절벽으로 당장 내년부터 후판 수요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선주문-후생산' 구조를 모르고 하는 강요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선소들이 쓰는 후판과 같은 판재류는 주문 받은 만큼 생산되는 구조다.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제품이 아니다. 이는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판매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모두 같다.

철강업계는 조선업황이 좋지 않아 주문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다. 철강사들이 연간 생산능력에 못 미치는 후판을 만들어 내면서도 설비 감축이나 매각에 반발하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수주량 만큼 설비를 돌리면 되고, 생산량이 줄어 가동을 멈춘 설비는 호황기에 대비해 유지보수만 하면 된다"며 "공장하나를 짓는데 들인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하면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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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철강업계에서 설비를 섣불리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줄어든 자리를 저가 중국산 후판이 치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국내업계에 생산능력을 줄여라고 강요하기 보단 30~40%에 달하는 수입 후판 비중을 줄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만 하지말고, 수출길을 열어주거나 수요가 있는 건축용, 원유 수송관 등 특수용으로 후판을 전환토록 하는 등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화 구조조정 방안, 진작 다 나온 얘기"=정부가 내놓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대책에서 생산 감축 혹은 고부가가치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밝힌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BR), 폴리염화비닐(PVC)은 이미 수차례 언급돼 온 대표적인 공급과잉 품목이다. 생산업체는 이미 자율 구조조정과 고부가 제품 생산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공급과잉으로 판단된 업종은 과거부터 거론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며 "정부는 그럼에도 왜 구조조정이 쉽지 않고 품목 업그레이드 혹은 전환이 쉽지 않은지를 따져보고 해결책이 제시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이 이미 다 아는 방향을 다시 한 번 언급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업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공급과잉 제품으로 분류됐어도 일부 업체는 생산량 대부분을 자체 소비하는 등 기업별 상황이 다르지만 뭉뚱그려 감산 대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테레프탈산(TPA)이 대표적이다. 페트병의 원료로 주로 쓰이는 TPA 생산업체 중 롯데케미칼과 효성은 생산량의 90% 이상을 자체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페트(PET)의 원료로, 효성은 폴리에스터의 원재료로 쓰인다. 생산하는 만큼 소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곳 대표들은 28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해 감산을 권유받았다.

경쟁관계에 있는 업계 자율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통합하거나 감산을 추진하라는 대안도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업체별 감산 규모나 시점을 정해주는 것도 무리지만 이렇게 어쩡쩡한 결과를 내놓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조선 구조조정에 휩쓸려 컨설팅에 뛰어들고, 결과를 내놓는데만 혈안이 됐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아프리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과 계약해 건조한 드릴십을 시운전 하고 있다(기사내용과 무관)

▲대우조선해양이 아프리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과 계약해 건조한 드릴십을 시운전 하고 있다(기사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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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은 빠져=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조선업은 이번 안건에서 제외됐다.

조선업은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를 촉발시킨 진원지다. 산업계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대형 3사가 지난해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다.

수년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온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조선업 전반의 수주절벽이 심화되자 채권단은 대형 조선 3사를 중심으로 자구안을 받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조선업을 비롯해 글로벌 업황 부진, 공급과잉 위기에 놓인 다른 업종에 대한 점검에도 나섰다. 철강, 석유화학도 이에 포함돼 컨설팅을 거쳤고, 이날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조선산업 컨설팅을 맡은 맥킨지는 현재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중간 보고서를 수차례 대형 3사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했으나 그때마다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음달 중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구안에 나온 자회사 정리, 인력 구조조정, 도크 순차적 가동중단 등의 구조조정 방안만 반복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철강,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처럼 기존에 다 나온 얘기를 정리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확한 전망을 기반으로 국내 조선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조선업계에 쓸모 없는 컨설팅으로 수억원의 부담을 안겼다는 비판은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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