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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가수 김광석과 정용진부회장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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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취향의 발견'ⓛ - 모두 '할리'에 열광하는 사람…심장 박동같은 엔진소리만 들어도 흥분


매력적인 여성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는 등 할리 데이비슨의 다양한 실험은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청춘을 열광하게 한 '매력'탐구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슈퍼모델 마리사 밀러가 참여한 할리 데이비슨의 캠페인 포스터. 사진 = 할리 데이비슨 홈페이지

매력적인 여성을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는 등 할리 데이비슨의 다양한 실험은 100년 넘는 시간 동안 청춘을 열광하게 한 '매력'탐구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슈퍼모델 마리사 밀러가 참여한 할리 데이비슨의 캠페인 포스터. 사진 = 할리 데이비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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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반항기 넘치는 눈빛의 제임스 딘이 타던 오토바이를 터미네이터를 거쳐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가 올라타 도시를 질주한다. 요절한 음유시인이 간절히 바랐던 꿈이자,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는 로커의 현재인 ‘할리 데이비슨’은 기술만능주의 시대에 옛것으로의 역행을 마다하지 않고 수고로움을 감내하면서 까지 열광하게 하는 현재 진행형의 마력을 품고 있다.


할리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을 받기 위해 바티칸으로 모여든 2013년 6월 16일, 로마에서부터 베드로 성당까지는 할리 데이비슨이 끝없이 늘어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할리족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을 받기 위해 바티칸으로 모여든 2013년 6월 16일, 로마에서부터 베드로 성당까지는 할리 데이비슨이 끝없이 늘어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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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축복한 바이크
지난 2013년 6월 1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는 수천대의 할리 데이비슨이 몰려들어 거리를 메우는 장관이 연출됐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서 할리 데이비슨 제작 110주년을 맞아 할리 데이비슨과 그 애호가들을 축복하는 시간이 있었고, 할리 데이비슨은 이를 기념해 1585cc 다이나 수퍼 글라이드 모델 1대를 교황에게 헌정했다. 역사상 교황에게 바이크가 축성을 받은 전례(?)가 없었기에 할리 데이비슨 애호가들은 이날을 뜻 깊게 기억하고 있으며, 이날 교황에게 헌정된 할리 데이비슨은 이듬해인 2014년 경매에서 5만 7,500유로(약 3억 5천만 원)에 팔려 전액 빈민 구제사업에 쓰여 화제가 됐다.


김광석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일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지난 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에선 그의 꿈을 대신 이뤄주려는 팬들의 마음을 담아 다양한 할리 데이비슨이 전시됐다.

김광석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일주 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지난 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김광석을보다展; 만나다·듣다·그리다'에선 그의 꿈을 대신 이뤄주려는 팬들의 마음을 담아 다양한 할리 데이비슨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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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유시인을 사로잡다

서른 셋 나이에 요절한 가수 김광석과 할리 데이비슨은 선뜻 매치가 안 되는 조합이지만, 생전의 김광석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일주 하는 꿈을 곧잘 말했다고 한다. 지난 봄 한 갤러리에서 열린 ‘김광석을 보다’전에는 곳곳에 할리 데이비슨이 자리하고 있어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과거 학전에서 가진 콘서트에서 김광석은 관객들에게 읊조리듯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 꿈 중 하나는요, 마흔 살쯤 됐을 때 오토바이 한 대 사서 세계일주 하는 거예요.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요. 다리가 닿겠느냐 주위에서 걱정들을 하세요. 불안해서 충무로 매장에 가 앉아 봤어요. 그랬더니 다리는 닿아요. 팔도 닿고요. 근데 진짜 문제는 몸무게더군요. 몸무게가 오토바이를 이겨야 한다는 거예요.”

떠난 그의 빈자리를 기억하고 남아 추억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할리 데이비슨을 두고 못다 핀 가객의 마흔을 그려보고 있었다.


회장님은 할리족

격무에 시달리는 재계 인사 중에도 할리 데이비슨을 통해 안정감 있는 스피드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특별 주문한 할리 데이비슨을 갖고 있을 정도로 재계 스피드 매니아로 알려져 있고,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또한 국내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인 호그(H.O.G) 멤버로 활약한 바 있다.

할리 데이비슨은 아니지만 모터사이클을 즐기는 재계 인사로는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등이 꼽히는데, 헬멧을 착용하면 누구도 알아보기 어렵고, 또 홀로 즐길 수 있는 점과 스피드가 선사하는 자유와 쾌감이 남다른 점은 모터사이클이 특별한 회장님들의 취미로 선호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어벤저스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제각기 특성에 맞는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나와 화려한 액션과 스피드를 선보였다.

어벤저스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제각기 특성에 맞는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나와 화려한 액션과 스피드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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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와 할리

마블 시리즈의 히어로 중 캡틴 아메리카는 가장 현실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할리 데이비슨의 소프테일 슬림을 타고 영화 ‘어벤져스’에 등장했다. 후속작인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블랙 위도우가 할리 데이비슨의 라이브와이어를 타고 등장, 서울 도심을 누비는 장면을 선보여 국내 할리 팬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슈퍼 히어로가 아니어도, 스크린을 누빈 할리 데이비슨은 그 종류와 특성에 따라 당대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1960년대 미국 청년문화와 히피들이 등장한 영화 ‘이지 라이더’에서 피터 폰다가 몰았던 할리 데이비슨 캡틴 아메리카는 자유와 체제에 대한 저항을 확산시킨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몰고 등장한 할리 데이비슨 팻보이는 말 그대로 뚱뚱해 보이는 외관에도 불구하고 상남자의 상징으로 통용되며 팻보이 모델의 매출량을 급등시키는데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몸으로 기억하고, 기록하는

할리 매니아에게 “왜 할리 데이비슨인가?”를 묻는다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심장소리와 맞물리는 특유의 엔진소리”라는 답은 허명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할리 데이비슨을 타본 사람은 그 육중하고 둔탁한 사운드를 잊지 못하고, 거리를 지나는 할리 데이비슨의 소리만 들어도 단번에 할리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100년 넘게 유지해온 45도 협각 V트윈 엔진은 독특한 배기음의 원천. 피스톤 운동이 타사 바이크처럼 180도가 아니라 315도-405도를 돌아야 하므로 두둥- 두둥- 하는 사운드가 만들어 지는 원리인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 심장 고동소리와 흡사해 많은 라이더의 감성을 자극해 왔다.

여기에 오랜 역사만큼이나 한 결 같이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하나의 자아로 발전, 정교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왔고, ‘자유’와 ‘질주’, 그리고 가죽재킷과 선글라스로 대변되는 라이더가 한 눈에 그려지는 브랜드 네임에 더해 열정적인 라이더들의 팔뚝에서 ‘할리 데이비슨’ 이미지 문신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을 만큼 할리 데이비슨이란 브랜드의 상징성과 이에 따른 충성도는 매우 강력하다.


도로를 질주하는 할리족의 엔진 소리는 멈춰있던 심장과 열정을 다시 뛰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곧잘 해내곤 한다.

도로를 질주하는 할리족의 엔진 소리는 멈춰있던 심장과 열정을 다시 뛰게 하는 '윤활유'의 역할을 곧잘 해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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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있는 자유

미국에선 마초의 상징이자 서부문화의 자유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통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할리 데이비슨은 자유를 선망하는 20대가 타고 다니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만큼 고가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적 안정을 갖춘 중년층의 구매가 더 많기 때문에, 국내 할리족 만큼은 젊은 층의 방종에 가까운 기행적 라이더 문화와는 거리가 먼 안정감 있는 중장년층 라이더 문화가 형성되어있다.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이 무색하게 할리 데이비슨은 한국에서만큼은 유독 점잖고 독특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광활한 대륙을 누비던 바퀴달린 말의 광폭행보가 반도에선 좀처럼 맥을 못 추리는 이유는 우리 땅이 좁아서만은 아닐 테고, 자유를 상실한 젊은이들의 현재에 대한 반증은 아닐는지. 젊음의 특권마저 너무도 높고 멀리 떨어지는 사이 자유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도시 외곽에서, 때로는 어느 한적한 국도에서 어스름 노을을 뒤로한 채 질주하는 일군의 할리 데이비슨을 마주한다면 엔진 소리에 실려 오는 자유의 외침에 맘껏 손을 흔들고 싶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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