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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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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숨이 차도록 달려본다. 불안감에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제자리다. 힘겨운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가슴을 짓이기는 고통을 벗어날 수 있을까.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행동 뒤에 감춰진 '깊은 슬픔'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하지만 세상은 평소처럼 바쁘게 돌아갈 뿐이다. 그 행동의 의미를 누구도 깨닫지 못한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삶은 결국 혼자 떠나는 여행일까.
마지막 여행, 그 덧없는 발걸음을 내디딘다. 자신과 가까웠던 이들에게 거대한 충격과 고통 그리고 슬픔을 안겨준 채 삶은 정적에 휩싸인다. 그렇게 꽃은 또 떨어졌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에서 하루 평균 38명씩 경험하는 일이다.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1만4000명에 이른다. 2003년 이후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의 나라,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느냐", "자살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건조한 훈계'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한국 사회의 위험 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근본 원인을 찾아 해법을 마련해야 하지만, 탁상공론만이 반복됐을 뿐이다. 그 결과, 슬픔의 메아리가 끊이지 않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좌절을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실패를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좌절은 성공으로 가는 밑거름이 아니다. 또 하나의 '낙인'일 뿐이다. 그렇게 개미지옥의 아찔한 절벽으로 인도한다. 발버둥 쳐보지만 점점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실, 무기력한 본인의 처지를 깨달으며 더 낙심할 수밖에 없다.

좌절을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 올라올 수 없을지 모른다는 압박감은 삶을 짓누르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웃음기 사라진 얼굴, 터벅터벅 힘겨운 발걸음, 축 늘어진 어깨로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는 삶,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개미지옥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고비만 넘기면 되는데…." 인생의 벼랑 끝에 선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전하는 조언이다. 삶의 전환점은 작은 계기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하나가 생명을 구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고통의 시간도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유대교 경전 주석서 '미드라시'에도 그런 내용이 담겼다. 전쟁에서 이긴 다윗 왕은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승전의 기쁨에 젖어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게 하는 용기와 희망의 글귀가 새겨진 반지를 요구했다.

세공사는 마땅한 글귀가 떠오르지 않자 솔로몬 왕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훗날 수많은 사람에게 위안으로 다가온 솔로몬의 답변은 이런 내용이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류정민 산업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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