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나 저수지에서 민물낚시는 경험했다. 제법 씨알이 굵은 붕어도 낚아봤고, 이름 모를 다수의 물고기를 낚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낚시의 경험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30년 가까이 된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다니….
아들은 갯벌체험만큼이나 낚시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다. 아빠와 함께라면 대어를 낚을 것으로 기대한 것일까. 초롱초롱 눈망울은 더욱더 빛났다. 현장 날씨도 나쁘지 않았다. 밀물과 썰물 시간까지 고려해 갯바위로 나갔다. 마침 다른 아빠와 그의 딸도 현장에 있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그때만 해도 몇 시간 후의 장면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드디어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출렁이는 바다를 향해 찌와 미끼를 던졌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졌지만, 현실은 초라했다. 먼바다를 향해 던진 것 같았는데 바로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대충 봐도 물고기가 지나다니지 않을 공간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던지는 데 성공했다.
시간은 계속 지나갔다. 내 낚싯대는 입질도 없었다. 물고기가 없는 곳이라면 다른 아빠의 연이은 성공을 설명하기 어렵다. 왜 내 낚싯대만 외면하는 것일까. 썰물 시간이 되고 물이 빠진 뒤에야 이유를 발견했다.
내가 낚싯대를 드리운 곳은 돌밭이었다. 수심은 50㎝도 안 됐다. 처음부터 대어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아들에게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서해안에 드리운 석양은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내 발걸음은 왜 이리 무거운지…. 그날 저녁 바비큐 파티로 기분을 전환하려 했지만, 미안함과 아쉬움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류정민 산업부 차장 jmryu@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