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하청노동자 이탈 심각…中으로 이직, 기술유출 우려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올해 상반기 2만명 이상이 조선소를 떠났다. 조선업종의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조선사들마다 인력을 한꺼번에 줄인 탓이다. 수주 가뭄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앞으로도 인력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소를 떠난 이들이 속속 중국으로 이직하고 있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더해가고 있다.
13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 조선사들의 전체 고용 인원수는 18만319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 20만3282명보다 2만89명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조선 분야 엔지니어'와 '조선ㆍ해양 분야 하청 노동자'들의 이탈이 심했다.
반면 조선 분야는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우리나라 수주잔량은 12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2331만CGT(선박의 건조난이도를 반영한 가치 환산 톤수)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에 비해 우리나라는 895만CGT가 감소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542만CGT, 161만CGT씩 줄어들었다. 자국 발주로 수주 가뭄을 버티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감소 속도가 느리다.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에서 퇴사한 실력파 엔지니어들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거제도의 조선사에 다니는 한 엔지니어는 "한국에서 연봉 1억 받는 엔지니어들이 2억씩 올려 받고 중국으로 이직하고 있다"며 "그나마 기술 있는 직원들이야 옮겨 갈 데가 있지, 같은 조선소에서도 사무직이나 전문 기술 없는 하청 노동자들은 그만 둬도 갈 곳이 없어 거제도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수주가 바닥을 기는 조선 분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선분야에선 5919명에 달하는 하청 노동자가 조선소를 떠났다. 지난 1년 간(8월 말 기준) 선박 수주량에서도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보다 뒤쳐졌다. 지난해 중국은 863만 CGT, 일본은 528만 CGT를 수주했다. 우리나라는 377만CGT에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 5,6월 집중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그리고 악재에 시달린 대우조선해양에서 나간 직원들만 총 1만2838명"이라며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까지 예상되는 회복 기간 동안 인력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이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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