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1년의 세월이 지나 러시아 대통령의 힘은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의 파워는 여전하다. 대통령은 한 사람이지만 SSBN의 함장은 여러 명이다. 이들은 군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라 바닷속에서 은밀하게 숨어 핵잠수함에 실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적국에 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을 가졌다는 미국의 항공모함 함장도 이 정도 파괴력은 없다.
아직 북한은 핵잠수함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북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복수의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개발일 것이고 최종 목표는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SLBM을 탑재하는 것일 게다.
우리에게도 SLBM을 탑재한 북의 잠수함에 대처할 방안이 있다. 핵잠수함(SBN)을 보유해 북의 잠수함을 출항 전부터 감시, 행적을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다. 유명 작가 톰 클랜시의 소설을 영화화한 '붉은 10월'에서는 적의 잠수함을 감시하기 위해 왜 핵잠수함이 필요한지 잘 묘사하고 있다. 영화에서 미국 핵잠수함은 러시아의 최신예 타이푼급 SSBN을 출항부터 감시한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물속에 잠긴 잠수함을 끊임 없이 추적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핵잠수함뿐이다. 마침 우리 해군이 건조를 추진중인 장보고3급 잠수함은 충분히 핵잠수함으로 변경할 수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면 이를 살려야 할 것이다.
영화 '인천 상륙작전'의 주인공 해군 첩보부대 소속 장학수 대위는 작전의 성공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장학수 대위 대신 물속을 감시할 핵잠이 필요한 때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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