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 휴가 중 루이지애나 주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름도 없는 폭우'였다. 3일간 쏟아진 이 폭우는 2005년 루이지애나를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3배 이상의 비를 뿌렸다. 무명의 폭우가 '제2의 카트리나'가 됐다. 루이지애나 왓슨에서 4일간 내린 비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해 8월(55개월)까지 내린 강우량을 넘어섰다.
물폭탄은 정치적 논쟁을 불러왔다. 루이지애나의 한 지역 신문은 사설을 통해 휴가중인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기다린다고 호소했고, 이는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한 개인의 휴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미국이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미 언론들도 오바마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임기 마지막 휴가를 즐기던 최고급 휴양지에서 복귀하지 않은 오바마 대신, 오바마의 루이지애나 방문 소식을 전한 것은 백악관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루이지애나를 방문할 것이라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백악관의 발표 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가 루이지애나를 다녀갔다. 트럼프는 '나도 갔는데 너는 안 갔냐'식의 비난을 늘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루이지애나의 기다림에 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다행히 오바마의 방문 소식을 들은 루이지애나 지역신문 편집장이 한 방송에 나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수재민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폭우는 열대성 폭풍이나 저기압이 만든 결과가 아니다. 태풍이 아니라는 얘기다. 바다보다 낮은 기온이 열대성 습기층(tropical moisture stream)과 만나면서 발생한 '폭우'라는 분석이다.
이상기온에 따른 기록적인 폭우 앞에 인간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11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두 번이나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은 루이지애나 주민들이 향후 10년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지, 오바마의 답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뉴욕 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