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롯데그룹 계열사의 로비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핵심 피의자 신병확보에 연거푸 고배를 마시며 실체 규명에 애를 먹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는 현직 사장들을 구속 수사하기에는 ‘입’에 대한 의존도가 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9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65·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허 사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상 조세, 제3자 뇌물제공,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사장은 전날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허 사장이 소송 등을 통해 가공자산에 대한 감가상각을 주장하는 수법으로 롯데케미칼이 법인세 등 270억원을 부정 환급받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개별소비세 항목 누락에 따른 13억원 규모 조세포탈, 협력업체로부터 수천만원 뒷돈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특히 허 사장이 재임 중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당국을 상대로 로비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다년간 롯데케미칼의 관련 업무를 다뤄온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자금흐름의 연결고리를 딛고 부정청탁 대상을 캐내려던 검찰 시도가 벽에 부딪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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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부정 재승인 로비 의혹이 불거진 롯데홈쇼핑 강현구 대표(56·사장)에 대해서도 지난달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강 사장은 9억원대 법인자금 유용 및 허위 심사자료로 부당하게 사업권을 따낸 혐의, 검찰 수사에 대비해 주요 자료 은닉·파기를 지시하고, 롯데닷컴 대표 재임 시절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회사에 80억원대 손실을 떠안긴 혐의도 받는다.


허 사장, 강 사장 모두 ‘억’ 소리나는 기업범죄에 관여한 정황이 제기되고 있지만, 롯데그룹 현직 계열사 사장에 대한 구속 수사는 모두 불허된 셈이다. 로비 의혹의 실체와 더불어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수뇌부의 관여 여부를 규명하고, 비자금 조성 등 여죄를 캐려던 검찰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로비 수사는 신병확보가 안되면 현실적으로 진행이 어렵다”며 수차례 아쉬움을 표해온 바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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