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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아웃! 수평사회는 어디쯤 (상)]상위 1%, 법을 다루는 칼이 썩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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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지난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509호 법정 피고인석에 서울대 86학번 동창인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천재검사'로 이름을 날리며 승승장구했던 진경준 전 검사장(49ㆍ구속기소)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48ㆍ불구속기소)이다.

진 전 검사장은 2005년 6월 친구인 김 회장에게서 받은 넥슨 주식 1만주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주식을 거래해 126억원의 차익을 챙기고 2008년 제네시스 차량을 차명으로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피고인 신세가 됐다. 김 회장은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모습은 '특권 공화국'으로 전락한 대한민국의 민낯이자 특권을 휘두르며 법 위에서 암약해온 '상위 1%'의 초상이다. 민중을 개ㆍ돼지로 여긴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언행 또한 자기도 모르게 체득한 특권의식과 우월감의 발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계통을 가리지 않는 게 '대한민국 특권'의 성질이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의 특권은 유독 위험해 보인다. 법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ㆍ구속기소)의 전방위 법조로비는 끝내 그 고질적인 '특권의 고름'을 터뜨렸다.

진 전 검사장과 마찬가지로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57ㆍ구속기소)는 특수통 검사로 일하며 엿본 '범죄의 공식'을 자기 재산 늘리는 데 악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전관의 특권으로 사건을 싹쓸이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 건 법조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정 전 대표는 화장품 사업으로 획득한 특권을 이용해 홍 변호사의 특권과 기교에 접선했다. 정 전 대표가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8월 검찰 고위 간부 등에 대한 청탁 명목으로 정 전 대표로부터 3억원을 받아챙겼다는 게 홍 변호사의 혐의 중 하나다.

홍 변호사에게 '선임계 제출' 같은 원칙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대중은 그가 변호사 개업 뒤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를 몇 통이나 걸어 어느 정도로 위력을 행사했는지가 여전히 궁금하다.

홍 변호사와 같은 건물에서'동업'했다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49)은 최고위 권부로 들어간 특권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처가 부동산 부당거래' 등 의혹이 널려 있지만 아직 현직이라 규명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우 수석은 16일 단행된 개각에서도 살아남았다. 부패 혐의로 구속기소된 진 전 검사장 검증에 실패했거나 눈감은 혐의를 받는 그는 이번에 발탁된 장관 후보자들을 또 검증했고 대통령은 이런 촌극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논란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듯했던 사법부도 본격적으로 얽혀드는 분위기다. 현직 김모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한테서 고급 외제차를 제공 받고 해외 여행까지 함께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김 부장판사는 정상적인 중고차 매매라고 주장했으나 정 전 대표가 차값을 받은 뒤 나중에 돌려준 정황이 드러나 믿기 어렵게 됐다. 정 전 대표는 구명로비를 벌이려 김 부장판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고리는 역시 특권이다. 이런 의혹을 수사하는 곳이 결국 검찰이라는 사실은 다시 한 번 대중을 씁쓸하게 만든다.

학계와 시민사회는 검찰의 기소독점을 해소 또는 완화하고 검찰을 '견제 받는 기관'으로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틀어쥔 지금의 구조에서 검찰의 특권은 줄어들 수가 없고 정치권 등 사회 각계로 파고들기 쉬워서다.

특정 학맥과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사법부 또한 '정의의 보루' 보다는 '최후의 특권'으로 기능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지금의 구조 아래에서 법조계는 내부를 들여다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검찰의 기소독점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등의 노력으로 법조계 전반의 특권 체계를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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