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력요? 몰라요 몰라"…마음닫은 성주 군민들

21일, 성주군민 2000여명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배치 반대 상경집회'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성주군민 2000여명이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몰라요 몰라. 신문에 또 어떻게 나올 줄 알고...”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 군민들의 상경집회가 열렸다. 파란색 리본을 가슴에 단 군민들은 사는 지역과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걸고 군민이 아닌 외부인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날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주최로 열린 '평화를 위한 사드배치철회 성주군민 결의대회'에는 성주 군민 2000여명이 참여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33도의 무더운 날씨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들의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

주최 측은 군민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약 250여 명의 질서유지 인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질서유지단은 성주 해병대 전우회, 태권도협회 등을 포함한다. 이들은 집회 현장 주변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앞에서 명찰이 없는 외부인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집회에 참여한 군민들은 외부세력 개입론 때문인지 인터뷰에 쉽게 응해주지 않았다. 됐다고 손사래를 치거나 엑스표가 그려진 마스크를 써버리기 일쑤였다.

질서유지인 명찰을 달고 있던 한 군민은 “저 뒤에 시위를 하는 저런 사람들 때문에 자발적으로 나왔다”며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집회현장과 100m 떨어진 서울역 헌혈의 집 앞에서는 진리대한당 소속 회원 20명이 사드배치에 찬성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성주 여척동에서 온 이모씨는 “뭘 물어보던 우리는 모른다”며 “언론이 제기한 외부 세력 개입에 주민들 모두 황당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역 광장에서 2000여명의 성주 군민들이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열고있다.

이날 성주 군민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10만 청원운동도 함께 벌였다. 지하 서울역과 지상 서울역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선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파란색 머리끈을 맨 성주 군민 2명이 청원운동을 알리는 전단지는 나줘 주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시민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면 사드배치 철회가 가능하다”며 서명에 동참해 주길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힘내시라”며 격려를 하기도 했지만 자기 갈 길을 찾아 바쁘게 지나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42)씨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저분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며 “성주뿐 아니라 한국에 사드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저런 게 외부 세력이고 종북”이라며 성을 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안수 공동투쟁위원장은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군민의 분노를 알리고자 상경했다”며 “정부가 현장방문 한 번 하지 않고 책상 앞에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외부의 선동이나 사주의 의해 일당 받고 일하는 알바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부영 전 의원은 연대사에서 “농민이 참외 농사를 내팽겨 치고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분노한다”며 “사드 문제는 성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주에 사드배치를 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가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항곤 성주 군수도 “(우리를) 중앙 언론에서 외부세력, 종북 세력으로 모는 것이 참담하다”며 “성주는 박근혜정부에 86%라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만큼 우리의 충정을 보고 사드배치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사드배치에 항의하는 삭발식과 5분간의 침묵 퍼포먼스도 있었다. 이들은 삭발을 마친 뒤 청와대와 국회로 항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