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터질 만큼 답답했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경찰, 검찰, 법원 모두 청년들의 항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 이른바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은 동네 청년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이었다. 진범은 따로 있었다. 진범을 잡을 기회도 있었지만, 외면했다.
삼례 3인조 사건은 한국 사법사의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엉뚱한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 처벌한, 그래서 무려 17년간 옥살이를 시킨 것이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나 검증을 담당한 검찰이나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법원이나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말았다.
엉뚱한 사람을 살인자로 알고 증오했는데 사실은 누명을 쓴 것이라니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유가족이 살인자로 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미안해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누가 만들었는가.
경찰, 검찰, 법원은 '법의 칼날'을 흉기로 사용했다. 잘못 꿰맞춘 퍼즐 조각을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 8일 전주지법의 '재심' 결정은 의미가 있다.
담당 판사는 "너무 늦게 재심 결정이 이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선배 법관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검찰도 법원의 재심 결정에 대한 항고를 포기했다. 이제 삼례 3인조 사건의 재심 재판이 시작되겠지만,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청년들의 잃어버린 삶을 어떻게 위로하고 보상할 수 있겠는가.
17년 전 시작된 한 맺힌 눈물은 영원히 이어질지 모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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