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의 전당대회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당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는 대구ㆍ경북(TK)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아 전대를 앞둔 친박(친박근혜)은 텃밭 관리에 비상이다. 여기에 자칫하면 영남권 신공항에 이어 또 한 차례 대규모 민심이 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역대 최저치에 가깝게 떨어진 데다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이어서 친박들은 자칫 당권을 비박(비박근혜)에 내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제3의 후보지 부상에도 종전에 사드 후보지로 거론됐던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기도 평택 등지에서는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반발이 큰 곳은 칠곡이다. 지난 9일 경북 칠곡 왜관역 광장에서는 주민 3000여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열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공정한 입지 기준을 가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먼저 협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다면 한 줌 흙과 단 한 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백 군수와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ㆍ군 의원 등은 사드 배치 지역으로 거론되는 데 항의하며 삭발했다.
이처럼 텃밭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자 친박은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특히 이번 달 안으로 예정돼 있는 사드 배치 후보지 발표 시기와 전대가 맞물려 어떤 역효과가 나올지 몰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의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칠곡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말은 오보이며,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전날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사드 배치 후보지 선정이 지난번 영남권 신공항만큼 큰 타격을 주지 못하리라는 상반된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신공항은 여권 내 갈등이 극에 달한 사안이지만 사드는 다른 문제"라며 "지역 대결구도가 아닌 사안이라 전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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