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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동, 불의 여정> "IS는 국가실패 원인 아닌 결과"

최종수정 2016.07.11 11:21 기사입력 2016.07.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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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동, 불의 여정> "IS는 국가실패 원인 아닌 결과"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홀리아티즌베이커리 카페에 무장 괴한 일곱 명이 알라신을 찬양하며 들이닥쳤다. 이들은 종업원과 손님 40여명을 인질로 잡았다. 인질극이 벌어진 지 10시간 뒤 군 병력이 카페에 진입했다. 이탈리아인 아홉 명, 일본인 일곱 명 등 외국인 열여덟 명과 방글라데시인 두 명이 숨진 뒤였다. 이슬람국가(IS)는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십자군 국가들의 국민을 겨냥했다"며 자신들이 관여한 공격이라고 했다.

외국인을 집중적으로 노린 범죄다. 범행이 발생한 곳은 대사관 밀집지역의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고급 제과점. 생존자들은 "범인들이 '우리는 벵갈(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죽이지 않는다. 이교도와 외국인만 죽인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인질들이 쿠란을 외우지 못하면 고문하고 처참히 살해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이 위축된 IS가 무슬림이 많은 아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IS는 건국일인 지난달 29일 "시리아와 이라크뿐 아니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12개국에 본부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아시아에서 연쇄 테러가 벌어질 수 있으며 일본처럼 한국 역시 무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국사회는 이제껏 중동 분쟁과 테러를 '우리'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다. 중동 그들만의 혹은 중동과 서구 사이의 문제로 여겼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를 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이슬람은 미개하고 폭력적'이라고 혐오하면서도 정작 이 문제에 있어 연대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IS가 우리 턱밑에까지 가까워진 지금 한국사회는 이 비극과 고통을 모른 체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서구 미디어는 IS를 포함한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자들을 이슬람의 거의 모든 것으로 본다. 절대악인 그들이 국가 실패를 이끌자 중동이 21세기의 무덤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국내 미디어 역시 그들의 관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중동, 불의 여정'의 저자 무함마드 아유브 미시간주립대 국제관계학 명예교수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그는 극단주의 세력이 실제 중동 정치 지형에서는 주변부를 차지하는 소수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극단주의가 중동의 무정부상태와 국가실패를 초래한 게 아니라 반대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국가의 공백을 그들이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14년에 쓰였다. 극단주의가 주변부일 뿐이라는 아유브 교수의 생각이 지금도 변함이 없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극단주의가 중동 지역 국가실패의 원인이 아닌 부수적 결과라는 주장은 지금도 타당해 보인다.

아유브 교수는 "중동 국가실패의 기저에는 (극단주의가 아닌) 미국 등 서구 사회의 침공과 간섭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근거가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국가들의 임의적 영토 나누기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다.

제국주의 시절 영국과 프랑스는 중동을 놓고 이권 다툼을 하며 그들의 민족이나 문화에 상관없이 영토의 경계를 갈랐다. 영국은 석유가 풍부한 이라크를 차지했고 '밸푸어 선언'(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가 이스라엘의 독립을 인정한다는 선언)을 지키기 위해 팔레스타인에 국경선을 그었다. 프랑스는 시리아를 가져갔고 거기서 레바논을 떼어내 자신들이 후원하던 마론파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유브 교수는 "임의적 경계는 정치적, 사회적 결속이 결여된 취약한 국가를 만들어냈다"며 "이는 내전과 국가실패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더욱 더 강하게 중동을 혼돈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이라크는 중동의 중앙에 있다. 비옥한 초승달ㆍ레반트 지역과 페르시아 만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아유브 교수는 "이러한 전략적 위치 때문에 이라크의 붕괴는 두 지역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의 침공이 급진주의와 극단주의, 지하드주의가 준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설명했다. 이라크가 해체되자 알카에다가 정치적 공백을 메웠다.

10여년이 지난 현재, 이슬람 극단주의의 중심에는 IS가 있다. 이들의 태동은 다른 과격단체들과는 좀 달랐다. 외세 개입에 의한 국가 실패의 토대 위에 '아랍의 봄'이 가져온 카오스를 업어 더욱 강해졌다. 아랍의 봄은 2010년 말 튀니지 재스민혁명에서 시작해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정부ㆍ민주화 시위를 통칭하는 말이다. 집권세력의 부패와 빈부격차, 청년실업으로 인한 분노가 원인이었다. 이집트와 리비아, 예맨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당시 전 세계 미디어들은 중동에도 곧 민주화가 이뤄지리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리아 내전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리비아의 치안 상황은 악화됐다. 예맨에서는 분리주의 위협이 격화됐고, 이집트에서는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군사 쿠데타에 무너졌다. IS는 이를 틈타 중동의 정치적 공백을 메우려 했고 의존할 곳이 없어진 국민이 과격주의에 기대자 더욱 세를 불렸다.

아유브 교수는 중동의 미래를 비관한다. 그는 "아랍의 봄은 결국 환멸로 이어질 게 뻔한 환상에 불과했던건가?"라고 물으며 "지금까지 봤을 때는 여러 증거들이 이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동 문제는 국가 실패와 국가 해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작은 희망을 품는다.

<무함마드 아유브 지음/신해경 옮김/아마존의나비/1만3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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