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결정적 증거' 못 찾아…은행권 비용지출 등 피해
2012년 7월17일 오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직원들이 증권사 10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닥쳐 전격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시장에선 이때만 해도 '찻잔속의 태풍'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8일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확대되자 은행권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원칙적으로 CD금리 결정 주체는 금융투자협회 회원사인 증권사들이다. CD금리는 은행이 CD를 발행하면 금융투자협회가 평소 거래 실적이 많은 10개 증권사에 설문을 돌린 뒤 답변 자료를 취합해 최고ㆍ최저금리를 제외한 평균값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의심은 확고했다. 공정위를 의심케 만든 정황은 다른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CD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 2012년 상반기(1~7월)에는 통화안정증권 등 다른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CD금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첫 조사를 착수한 지 2년 만인 2014년 8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추가 현장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두 번째 현장조사를 통해서도 실무자간 메신저 내용을 포함한 '정황'만 수집할 뿐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공정위의 조사와 은행권의 소명이 오갔고, 지난 2월 공정위는 '은행이 CD금리를 담합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까지 냈다. 그러나 최근 세 차례의 전원회의 끝에 공정위는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며 심사를 종료했다. 사실상 무혐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은행권은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의 심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가 4년간이나 지속되면서 은행권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 금융소비자원은 이번 공정위 판결이 '담합'으로 나올 경우 은행을 상대로 수조원의 피해액을 주장하며 집단소송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은행들 역시 이에 대비해 로펌을 고용해 대응해 왔다. 공정위의 의혹 제기만으로도 이미 금융기업으로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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