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자원 가격 하락에 따른 신흥국 침체와 중국 성장둔화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 경제가 브렉시트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당장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브렉시트 직후 1985년이후 처음으로 1.35달러 아래로 폭락했던 파운드는 8% 급락한 1.3679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 폭락으로 엔화는 급등했고 일본 증시를 시작으로 아시아 증시에서 일제히 매도세가 촉발됐다. 이후 개장한 유럽증시도 급락세를 나타냈고 뉴욕증시는 3~4%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조기에 마무리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다음주 초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는 2500억파운드 규모의 추가 자금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 저지로 엔화 급등이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었던 일본의 경계심은 유난히 크다. 24일 엔화는 달러당 99엔대를 돌파했고 닛케이225 지수는 8%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큰 폭락세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급격한 엔화가치 변동에 관해 "필요에 응해 대응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는 개입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은 2011년 11월에 엔화가치가 1달러에 75엔대까지 오르며 전후 최고치를 기록하자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다음달 28~29일로 예정된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완화 조치가 나올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일본은행의 선택지로는 마이너스 금리 폭을 확대하거나 국채 매입을 늘리는 방안,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 증액 등이 거론된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정부는 아베노믹스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25일 오후 재무성, 금융청, 일본은행 간부가 참석하는 합동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충격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회의에서 당국자들은 은행의 달러 자금 조달에 지장이 없도록 일본은행이 필요에 따라 공급을 늘리고 엔화가 급등할 때 개입하는 것도 고려하기로 했다. 또 시장의 동향을 주시하고 수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필요하면 다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美 연내 금리인상 백지화?= 브렉시트는 미국의 금리인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Fed의 6월 회의에서도 연내 1∼2차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점진적 인상 방침을 강조했다. 특히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미국의 경제전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월과 9월, 11월, 12월 등 올해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가 4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 2회 금리인상은 무리라면서 7월 회의에서도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금리선물 시장에서 연내 금리인상 전망도 19%에 그쳐 브렉시트 이전(57%)에서 크게 낮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Fed가 금리인상 노선 자체를 철회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달러 강세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민감한 상황인 것도 금리인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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