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남성육아 확대 위해 필요"…자녀돌봄시간·육아휴직 등 객관지수 평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정훈(36)씨는 첫 아이 출산 때 아내와 함께 하지 못해 1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출산 예정일이 며칠 남았지만 갑작스런 진통으로 병원을 찾은 김씨의 아내는 김씨 근무시간 중 분만실에 들어가게 됐다. 김씨는 지방에 계신 양가 부모님들이 올라오시긴 어려워 다급한 사정을 얘기하며 출산휴가를 쓰겠다고 했지만 '남성은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당했다. 김씨의 상사는 선례를 만들 수 없다며 근무시간이 끝난 후에 병원에 가라고 했다. 결국, 퇴근 후 찾은 병실에서 홀로 있는 아내를 보자 김씨는 코끝이 찡했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아버지 지수(Father Index)'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통해 남성이 아버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직장 내 눈치가 보여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승진이나 인사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연구원이 정부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승진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자는 63.6%였다.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지난해 5.6%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아버지 지수가 개발되면 비교가 되기 때문에 남성의 육아 참여가 수월해질 수 있다.
지수 산출을 위해 남성의 가족 내 자녀 돌봄시간, 육아휴직 사용 여부 등 정성적인 평가와 가사분담 태도 같은 정량적인 평가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한국 남성의 육아휴직 보장기간은 52.6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이지만 막상 사용률은 저조하다. 스웨덴의 전문직노동조합은 부모휴가의 동등한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매년 아버지 지수를 발표해 남성의 부모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똑같이 사용하면 지수는 100이 된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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