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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의 덫] 10% 덧칠과 100% 아이디어 사이'畵手(화가 가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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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300점 헐값에 그려줬다는 폭로…조영남 "작품구상은 100% 내 창작" 억울함 호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화투 오래 가지고 놀다 쫄딱 망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 현장. 최근 '대작(代作)' 사건에 휩싸인 가수 조영남(71)씨는 의미심장한 얘기를 전했다.
대작 사건은 유명 방송인이자 가수 그리고 화가인 조씨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는 '윤리의식을 저버린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떠안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번 사건은 "조영남씨 그림 300여점을 8년간 헐값에 그렸다"는 화가 송모(60)씨 폭로를 통해 알려졌다. 송씨가 그림 90%를 그려주면 조씨가 나머지 10%를 덧칠하고 사인을 넣어 조씨의 작품으로 발표했다는 주장이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달 16일 조씨의 서울 사무실 등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송씨는 물론 다른 대작 화가들도 연이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연예가중계 조영남 / 사진=KBS2 연예가중계 방송캡처

연예가중계 조영남 / 사진=KBS2 연예가중계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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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대작 논란에 빠지면서 경남 하동군에도 불똥이 튀었다. '조영남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 하동군은 조씨의 노래 '화개장터' 때문에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얻었다. 하지만 대작 논란이 번지면서 갤러리 카페를 계속 운영해야 할지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조씨는 예정돼 있던 콘서트를 연이어 취소했고, 고정 출연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잠정 하차한 상태다. 조씨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직후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모든 작품 구상은 100% 내 창작"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번 사건이 '미술계 관행'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자초했다.

이후 조씨는 "내가 말한 관행이란 여러 유명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조수를 써 작업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미술계는 조씨 사건으로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자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상업성에 물든 특정 연예인의 문제라는 시선이다.

조씨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아트테이너(그림을 그리는 연예인)'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유명 배우 A씨 그림은 1800만원에 거래됐고, 가수 B씨 그림은 2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조씨 역시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방송에 여러 차례 나오기도 했다. 아트테이너 작품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유명세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갤러리 카페를 준비하던 50대 여성 김모씨는 1억원을 주고 조씨로부터 몇 점의 그림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자신의 카페가 7080 세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조씨의 그림을 걸어두면 좋을 것 같아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대작 논란이 불거진 이후 조씨 측에 환불 의사를 알렸다.

이번 사건이 조씨 해명처럼 억울한 상황인지, 아닌지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조씨 주장처럼 현대미술은 조수(대작 화가)를 활용해 작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팝 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은 자신의 작업장을 '팩토리'로 지칭하기도 했다.

진중권 조영남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진중권 조영남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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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교수 출신인 시사평론가 진중권씨는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술계 관행이라면 이번 사건은 조씨 개인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 여론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로보는 까닭은 관행이라는 설명이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노동력 착취' '저작권 독점' 등의 문제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술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술가의 윤리의식 전반을 점검하지 않을 경우 의혹의 시선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씨 행태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검찰의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예술의 창작을 법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가져올 위험성 때문이다. 자칫하면 창작의 자유와 예술의 창의성을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화예술 단체들도 이번 사건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문화연대 관계자는 "예술 장르와 형태에 따라서 협업을 통해 작업하기도 하고, 제자의 도움을 얻기도 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에 치중하기도 한다"면서 "이번 사건을 형사사건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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