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세 산정기준을 배기량에서 가격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그동안 지적돼온 '조세의 역진성'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에 비해 가격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배기량이 조금 더 크다는 이유로 매년 자동차세를 더 많이 내고 있는 국산차 이용자들의 불만도 줄어들 전망이다.
현행 자동차세는 배기량 1㏄마다 세금을 부과한다. 가령, 2500만원짜리 현대차 쏘나타(1999㏄)를 타는 사람은 6300만원대의 BMW 520d(1995㏄)를 소유한 사람보다 세금을 더 낸다. 현대차 제네시스(3342㏄)의 자동차세도 가격이 2배 이상 되는 BMW 730Ld(2993㏄), 벤츠 S350(2987㏄)보다 많다.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자동차 취득·보유 과정에 세금이 7개 정도 있는데, 5개는 재산(가격)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고, 나머지 부분에서 조세 역진성이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산차업계 반사이익…"환영"=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부과하게 되면, 수입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국산차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보유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국산차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배기량=고가차'라는 등식이 성립됐을 때에는 재산 과세와 주행 과세를 모두 충족했지만 최근에는 엔진 다운사이징으로 낮은 배기량으로도 고성능을 낼 수 있다"면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실용화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세율체계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폐기된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의 지방세법 개정안 기준을 적용하면, 쏘나타 1999㏄의 자동차세는 연간 51만9740원에서 26만6110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인하된다. 반면 BMW 520d는 51만8700원에서 131만6250원으로 79만원 가량 오른다.
더욱이 고가 차량에 대한 자동차세가 높아지면 '무늬만 법인차'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가 차량을 보유하는 데 대한 법인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각의 '통상마찰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박이 많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만 해도 매릴랜드, 미시간, 오하이오 등 여러 주에서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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