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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구글과 싸우려는 韓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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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는데 무조건 인공지능(AI)과 관련된 것을 갖고 오라고 하더라구요."

한달 전쯤 국내 한 중견 소프트웨어(SW) 기업 대표로부터 들은 얘기다. 일부에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간의 대국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AI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으며 그것이 내년 예산에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미래부는 23일 '2017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배분ㆍ조정 방향'을 설명하면서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는 AI의 기반 기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AI에 대해 얼마나 꽂혔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정부의 R&D 정책을 살펴보면 마치 구글과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벤처캐피탈(VC)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R&D 과제에는 자율주행차, AI와 관련된 것들이 있는데 이는 모두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예전처럼 정부 주도로 성과를 내겠다는 식의 접근은 버려야 한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술을 개발, 이를 민간에 이전하는 식의 R&D 전략으로는 영원히 추종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의 R&D 역량과 자원 또한 외국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국내 연간 R&D 예산 규모는 13조원 안팎이다. 이 돈을 19개 부처가 나눠쓴다. 2016년 구글의 연간 R&D 비용 129억달러(15조28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 돈으로 구글이 하려는 것을 따라 하려다간 흉내만 내고 그칠 뿐이다.

얼마 전 한 간담회에서 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슨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찾아와 도움을 청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최근 추세를 비춰볼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전세계적으로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해외에서 주목받은 기술을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면 이미 한발 늦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제1차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R&D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꼭 필요한 전략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맡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섰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의 R&D 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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