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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의 오판

최종수정 2016.05.18 10:58 기사입력 2016.05.1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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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초월 행보가 되려 갈등 부추겨
의견 수렴 없이 홀로 결정…"의욕이 지나친 것 같다" 평가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당 임시지도부를 선출하는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직후 동료의원들과 연락을 끊었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향후 대책을 논의해야 할 비대위원들과도 접촉을 피한 채 장고에 돌입한 상태다.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곱씹어보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정 원내대표의 오판 역시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단적인 예가 무계파 행보다. 정 원내대표는 공약으로 "계파정치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며 중립행보를 예고했는데, 이 같은 의도가 오히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파 초월 정치가 계파갈등을 부른 셈이다.

친박계 폭발의 도화선이 된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을 보면 계파를 초월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하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에서 계파간 나눠먹기 대신 나름 원칙을 정해 인물을 선정했다. 원칙은 경제를 잘 알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전력이 있는 인물 가운데 지역 안배로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적당한 인사를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비박계 인물이 많이 포함됐을 뿐, 특정 계파를 배려한 것은 아니라는 게 원내지도부의 주장이다. 이보다 앞서 임명한 원내부대표단이 대부분 친박 일색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선 과정에서 소위 계파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나름 기준으로 선정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선에 앞서 당내 의견 수렴절차를 밟지 않은 것도 정 원내대표의 실수라는 분위기다. 특히 비박계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김용태 카드를 사전 상의도 없이 임명했다는 점은 친박계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여기에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정 원내대표가 언급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과 혁신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내부 조율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원장의 경우 원내지도부 일부에게만 "외부 인사 두어 명에게 의사를 타진할 것이고, 정 안되면 최후의 대안인 김용태 의원을 접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정 원내대표의 독자 행보는 취임 초기부터 당 관계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당선 직후 당청 보다 여야청 회동을 먼저 성사시켜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하다보니 청와대와 의도적으로 각을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6년만에 원내에 복귀하다보니 의욕이 앞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당을 준비중인 안상수 의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원내대표 혼자 결정하다보니 갈등 봉합이 안되고 오히려 증폭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비박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정 원내대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3선 의원은 "친박계가 사전에 조율을 안했다고 반발하는 것을 보니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 원내대표가 범친박에서 비박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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