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북한 언급 않고 북한을 압박하다 = 호자토레슬람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2일(현지시간) 박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한 혹은 북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로하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입장 및 안보리 결의 이행에 대한 이란 측의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원칙적으로 어떤 핵 개발에도 반대한다. 한반도나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협력하자"고만 했다.
화끈한 지지가 없는 데 실망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란의 입장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로하니 대통령이 비핵화와 평화통일에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이란 측 인사들 사이에서 "지금까지 표명된 이란 정부 입장 중 가장 강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고 회담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화가 신뢰를, 신뢰가 미래를 만든다 = 박 대통령이 이란과의 문화교류에 큰 공을 들인 것은 두 나라가 관계를 복원하거나 첫 걸음을 뗄 때 신뢰형성이 가장 중요하며 신뢰는 문화교류에서 싹튼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국빈방문 첫날인 2일 마지막 일정으로 '한국문화주간' 행사에 참석해 한류 전파에 나섰고, 3일에는 이란 국립박물관을 찾아 상대국 문화에 대한 존중감을 표시한다. 이란 방문 내내 루사리를 착용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2일 오후 양국 전통문화 공연인 '한ㆍ이란 문화공감'을 관람한 후 무대에 올라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꺼냈다. 또 1988년 직원 13명이 폭격에 희생되고도 이란을 떠나지 않고 건설 임무를 완수한 대림기업 사례를 들며 "두 나라가 (문화컨텐츠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것 같다. 정부도 좋은 문화적 만남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인천-테헤란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또 서울과 테헤란에 문화원 및 복합문화 공간을 개설하고 2017년을 '한ㆍ이란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기로 하는 등 문화교류에 집중한 것도 한류로 조성된 한국에 대한 이란 내 호감을 신뢰형성의 재료로 삼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란은 인프라ㆍ관광 등 분야에 현재 엄청난 프로젝트들을 발주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로하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말했다고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경제제재 이전의 30%로 줄어든 양국간 교역규모를 향후 5년내 5배 증가한 300억달러로 만들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 마지막 날인 3일 한ㆍ이란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양국 경제협력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양국 기업인의 상호협력을 독려할 예정이다.
테헤란(이란)=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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