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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프로젝트]원재료로 단맛내기…외식업 '무당'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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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본연의 맛 활용해 설탕 최소화
과일로 자연스러운 단맛 내는 호텔
우유·계란없이 천연효모만 사용, '설탕제로' 건강빵 인기


천연발효빵을 내세우고 있는 뮤랑에서는 35개 제품 중 11개 제품에 설탕이 단 1g도 들어가있지 않다.

천연발효빵을 내세우고 있는 뮤랑에서는 35개 제품 중 11개 제품에 설탕이 단 1g도 들어가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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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내 천연발효빵집, 뮤랑에 들어서니 '설탕제로(NO-Suger)'라고 적힌 베이커리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총 35개 제품 중 11개 제품에는 설탕이 단 1g도 들어가있지 않다. 강제발효를 위한 이스트는 물론 우유와 계란도 넣지 않고, 오직 유기농밀가루와 천연발효소를 넣어 16시간 장시간 발효해 만든다는 게 김범희 뮤랑 대표의 설명이다. 달진 않지만 오히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오븐에 구운 빵 냄새 그대로가 입안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맛을 내기 위해 120㎡ 가량의 매장에 제빵사만 5명이 있다. 이들은 새벽 6시부터 출근해 다음날 만들 빵 반죽과 발효준비를 마친다. 품이 많이 들고 수고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개점 1년만에 월매출 7000만~8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달지 않는 빵은 안팔린다'는 업계 선입견을 보기좋게 깼다. 김 대표는 "설탕을 빼 기존 빵보다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매출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며 "오히려 건강빵에 대한 소구가 높아지고 있어, 추후 국내 베이커리는 유기농, 천연발효 빵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베이커리업계가 천연효모 등을 넣은 건강빵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베이커리는 '단맛'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를 갖고 있었다. 19세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을 통해 처음으로 들어온 단과자 중심으로 발달하다보니 '단팥빵'이나 '크림빵'등 간식류로 즐겨먹는, 단맛이 강한 제품 위주로 발전해왔다. 이미 소비자들 입맛이 단맛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국내 제빵제품들은 대부분 달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건강, 웰빙'이 주요 키워드로 자리잡으면서 건강빵이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적으로도 저당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있어서 이러한 기조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주2회 이상 빵을 먹게 되면 그때부터 '간식'이 아니라 '주식'으로 봐야합니다. 매일 먹는 빵에 설탕이 들어갔다면 물리겠죠. 건강빵이 뜨고 있는 이윱니다." 국내 제빵업계서 20여년간 종사했던 한 관계자는 "식사빵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국내 베이커리 트렌드가 일본, 미국식 빵에서 유럽식 빵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CJ푸드빌과 SPC그룹 등 프랜차이즈 빵집도 변하고 있다. 기존 빵에 비해 설탕이 적은 유럽식 빵을 내놓는가하면, 밀가루 대비 설탕 함량이 적은 식사대용빵인 호밀빵과 통밀빵 등을 강화하고 있는 것. 바게뜨와 베이글은 설탕이 '0'수준이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기존 디저트와 간식류 빵을 선호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들 제품을 아예 무시할 순 없지만,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건강빵과 재료를 강조한 신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료 본연의 맛을 내며 설탕을 최소한 줄이는 사례는 국내 특급호텔들의 식음료업장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설탕을 넣으면 단맛에 나머지 4가지 맛(단맛,쓴맛,짠맛,매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누구의 입맛에든 거부감은 없기 때문에 저렴하고 대중적인 음식일수록 설탕으로 맛을 낸다는 게 외식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이에 '고급음식일수록 재료 본연의 맛이 난다'고까지 한다.

이에 국내 대표 한식당을 운영하는 롯데호텔의 무궁화에서는 2013년부터 '흰설탕'을 뺐다. 대신 조청으로 맛을 내 당을 3분의1로 낮췄다. 불고기에 넣던 양념도 기존 표준 레시피대로 간장과 설탕을 1대1 동량으로 넣던 것을 1대0.5로 대폭 줄였다. 덩달아 화학조미료도 기존에 쓰던 게 10이었다면 1로 줄였다. 이런 덕분에 당뇨병 환자들까지도 부담없이 찾고 있다. "위에 부담이 없어졌다"는 게 하나같은 고객들의 반응이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더플라자호텔도 마찬가지다.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식재료를 활용해 설탕 사용을 줄였다. 정기일 더 플라자 총주방장은 "단맛이 필요한 탕수육, 자장면 등의 메뉴에 설탕 대신 양파, 올리고당을 함께 끓여 낸 육수를 사용하고, 과일의 사용을 높여 자연스러운 단맛을 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디저트 메뉴를 만들 때에는 포도당, 올리고당, 꿀로 대신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투스카니에서는 디저트 메뉴에 '스테비아'를 사용하고 있다. 스테비아는 허브의 한 종류로 설탕보다 200배 이상의 단맛을 낼 수 있으면서도 칼로리가 전혀 없어 인위적인 단맛을 내지 않는다.

설탕섭취 감소를 위해서는 캠페인이나 교육을 통해 과도한 설탕섭취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해외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애리조나 인 옥션'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음료자판기에 가당음료 비율을 낮췄으며 일리노이주에서는 당섭취를 줄여야하는 이유와 방법, 당섭취와 비만간의 관련성 등을 교육하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감칠맛 나는 맛집의 비밀은 알고보면 '설탕과 MSG의 환상적인 조합'에 있다"며 "하루아침에 입맛을 바꾸는 건 어렵겠지만, 결국 건강을 생각한다면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방식으로 변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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