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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평가의 미학, 자율과 책임의 균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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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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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다보스 포럼에서 촉발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지식기반 경제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더욱이 알파고 쇼크는 미래 지능정보기술의 파급효과를 넘어 가히 시대정신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혁신적 현상을 가능케 한 동력은 바로 연구개발활동이다. 연구개발은 고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 새로운 신기술의 개발 등 혁신 활동은 일반적인 지식수준으로는 이해와 접근이 어렵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연구개발에는 일반적인 관리와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높은 전문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연구개발 활동은 비반복적이며 신규성이 높아 일반적인 관리기준을 적용하여 관리할 수 없다. 또한 전문연구자와 연구개발사업을 관리하는 일반관리자 간에는 수행중인 연구과제나 사업활동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커서 관리자가 연구결과를 직접 평가하기보다는 가급적 평가권한을 전문가들에게 위임해 평가를 한다. 이것이 바로 연구개발 평가에서 흔히 전문가들에 의한 동료평가(peer review) 방식이 적용되는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연구개발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동료평가 방식이 적용되고 있으나 나라마다 연구개발 평가방법과 평가자의 역할은 사뭇 다르다. 그 원인은 국가마다 연구개발 평가시에 전문가들에게 자율적 평가권한을 어느 정도 위임하는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5개 이공계 대학이 공동으로 정부 연구과제 평가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평가제도의 개혁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선언문에 제시된 핵심내용은 지금의 평가제도가 SCI 논문 수, 특허 수 등 주로 계량적 평가에 치우치다보니 질 높은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의 질적 수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정성적 평가보다는 계량화된 성과지표의 목표치 달성 여부가 중요한 평가요소로 적용되고 있어 단기적인 양적 지표 달성 위주의 연구풍토를 조성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여 질 중심 평가 강화, 정성적 평가 확대로 평가방향을 전환하고 과제평가 시 SCI 논문건수 기준도 폐지키로 한 조치는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껏 우리는 평가자의 전문성에 기반한 자율적 평가보다는 정부가 사전에 정해놓은 객관적인 평가지표와 기준에 의한 평가를 해 왔다. 그런데 양적 성과지표 중심 평가를 폐지하고 질 중심의 정성평가제도로의 전환이 실질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 그동안 정부는 과학기술계 에 전문성에 기반한 자율적 평가를 위임해 그 결과를 신뢰하고 기다리기보다는 객관적인 측정치에 근거한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그래서 전문가 동료평가를 통해 이루어지는 평가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 기준이 필요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평가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기보다는 질 중심의 정성평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문가의 자의성에 의한 위험을 크게 인식해 양적 지표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를 공평하고 불만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인식해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질 중심의 정성적 평가의 확대는 단순히 평가방식의 변화 문제를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전문가 집단의 정성평가 결과를 신뢰하고 존중한다는 암묵적 조건을 전제로 한 평가제도라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기술계에 대한 평가위임과 신뢰에 기반한 자율과 책임의 새로운 균형을 필요로 한다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균형추의 조정 없이 추진한다면 질 중심 평가도 양적 측정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아가 신뢰를 얻기 위한 과학기술계 내부의 변화와 노력은 더욱 중요해 진다. 하고 싶은 연구를 넘어 해야 할 연구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하며, 전문성을 인정하고 권위를 부여하는 과학기술계 풍토 조성이 과제로 남겨지는 것이다. 균형의 미학을 찾는 정부와 과학기술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지는 '과학의 달'이다.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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