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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차별 허물기] 제철소 떠받히는 워킹맘, 문화센터 평정한 젊은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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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남 vs 여, 나눌 필요 있나요

"男 부럽지않게, 女 보란듯" 성역 허물고 우뚝서다
문화센터의 인기만점 젊은 총각…유아체육 교육 4년차 박 강사
중후장대 버팀목 된 워킹맘…철강 엔지니어 10년차 김 과장
성역 뛰어넘어 당당히 경쟁

트니트니 키즈챔프에 소속된 남자 강사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트니트니 키즈챔프)

트니트니 키즈챔프에 소속된 남자 강사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트니트니 키즈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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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동네 엄마들의 아지트, 아이들의 첫 사회활동 공간인 대형마트 문화센터. 지난 12일 오후 홈플러스 서울 상봉점 문화센터에서 젊은 총각 한 명이 세 살배기들과 스펀지공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강의실엔 '밤바라밤' 동요가 쩌렁쩌렁 울렸다. 트니트니 키즈챔프 강사인 안충전(30)씨가 진행하는 이날 수업 주제는 '발로 차기'. 그가 입은 군복 무늬 유니폼에는 '배터리'라는 글씨가 새겨져있었다. 이름에서 영감을 받은 닉네임이자,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뜻하는 별칭이기도 하다.

"으차차차차 이렇게 발로 뻥~" 안씨는 크고 밝은 목소리로 동작 시범을 해 보였다.
처음엔 손으로 집어 던지기만 아이들도 곧 공을 차 골대로 밀어넣었다. "슛~ 골인! 너무너무 잘했어요" 그는 아이들을 한명씩 번쩍 들어안아 칭찬했다. 옆에 있던 엄마들도 물개 박수를 보냈다.
안씨는 4년 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 안기는 베테랑이다. 체육학을 전공하다 지인의 소개로 취업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몸으로 뛰는 게 천성이라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주6일, 담당구역 내 대형마트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13~45개월 사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한다. 돈도 중견기업의 비슷한 연차 직원 못지 않게 번다.

그가 소속된 트니트니 키즈챔프는 현재 276명의 강사가 있다. 모두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남성들이다. 대학에서 체육이나 영유아 교육 관련 학과를 전공했다. 콘셉트는 "바쁜 아빠 대신해 몸으로 놀아주기". 구르기ㆍ오르기ㆍ던지기ㆍ굽히기 등 매주 수업 주제만 봐도 알수 있다. 전국 1300여개 문화센터와 577개 기관에서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 학기(3개월) 전국 수강생이 7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맡아온 영유아 교육에 남성들이 들어와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10년 사이 여성 엔지니어, 조선업 245명→840명·철강 140명→630명 급증
포스코 여성 엔지니어가 포항제철소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 블로그)

포스코 여성 엔지니어가 포항제철소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 제공=포스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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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도 남성들의 영역에 속속 진출 중이다. 포스코 엔지니어 10년차인 김하늬 과장(34)은 요즘 고객사 구매담당자를 만날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초년병일 때만 해도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99.9%는 남자들이었다. 김 과장은 "4~5년 전부터는 슬슬 여성들이 보이더니 얼마전 건설사 구매팀 담당자를 만난 자리에서는 20대 여성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포스코도 본사 뿐 아니라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여성 엔지니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김씨는 서울 본사 마케팅팀 소속이다. 영업 직원들과 함께 고객을 만나, 그들이 요구하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 인증을 한다. 하루에도 몇통씩 기술적인 의견을 묻는 전화를 받고, 방향을 잡아준다. 이젠 신뢰도 쌓여서 반드시 김씨에게 의견을 묻는 고객사도 있다. 2006년 입사했을 때와는 180도 다른 환경이다. 그는 재료공학을 전공한 뒤 포스코에 입사했다. 부서 안 유일한 여성 엔지니어였다. "10년전에는 늘 변두리에 있는 기분이었다"며 "고객사들이 담당자인 나는 무시한채 남자 상사들에게만 연락했었다"고 회상했다.

중후장대 산업 전체로 넓히면 여성 엔지니어 확대 흐름이 더 분명히 나타난다. 아시아경제가 집계한 결과 2006년 대비 2016년 여성 엔지니어는 조선(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분야에서 245명→840명으로 늘었다. 철강(포스코ㆍ현대제철) 분야는 140명에서 630명으로 증가했다.

여성택시-고객 연결앱 여자기사 못구해 어려움 겪어
응급실·수술실 궂은 일 도맡는 남자 간호사에겐 보수적 시선 여전


모든 경우가 성공적이진 않다. 지난해 대전에서 지역 여성 택시 운전기사와 여성 고객을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인 '이모콜'이 화제가 됐다. 밤늦게 택시 타기를 꺼리는 여성을 위해 예약을 받아 여성기사가 데리러가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기사 수 부족이었다. 예약은 쏟아지는데 여성 기사는 단 50명 뿐이었다,

기사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고객들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박자람 이모콜 대표는 "여성 고용 창출을 위해 이모콜 사업을 함께 하자고 여러 공공센터에 사업계획서를 보냈는데 답변조차 못 받았다"며 "남성 중심 운수업에 여성들이 정착하려면 힘을 모아야 하는데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남성들은 편견 때문에 피해를 보기도 한다. 지난해 1만명을 돌파한 남성 간호사가 대표적인 예다. 남자간호사들은 응급실이나 수술실에서 상대하기 힘든 환자를 다루거나, 어려운 업무를 도맡아 한다. 이젠 대형병원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얼굴이지만, 보수적인 시선은 아직도 존재한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장명석(37)씨는 "심사숙고 한 끝에 스스로 선택한 직업이라 소신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면서도 "주변에서 '남자가 간호사?'라는 반응은 여전히 있고, 처음 시작할 때 벽이 되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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