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건설업 영업이익률 1%시대…융복합 새 우물 파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초대석]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추락하는 한국 건설을 위한 제언
타산업과 경계 허물고 신수요 찾아야…최저가 낙찰제는 마이너스섬 게임
과도한 금융규제는 주택시장에 찬물…종합-전문 제도 바꿔야 갈등 해소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건설업이 저수익 산업으로 내몰린 이유는 많다. 그중 해외건설 부문은 대형 건설사에 충격적인 적자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2000년대 중반에는 대형 건설사의 해외수주 규모가 연간 30억달러 내외였는데 2010년을 지난 후 120억달러 안팎으로 폭증했다"면서 "볼륨 확대로 인한 설계, 구매, 발주처와 협력 부분의 대처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저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건설산업의 당면 과제"라고 이 원장은 역설했다.

"경제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어요. 김대중 정부 시절 평균 5%대였는데 노무현 정부에서는 4%, 이명박 정부는 3%대를 보였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2%대로 내려앉았지요. 저성장 시대에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답은 자명합니다. 대안을 찾아야 해요. 과거의 향수에 빠져 기존의 사업방식에 머물러 있게 되면 도태되는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2월23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11층 집무실에서 만난 이 원장의 말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한때 연구원을 떠나 GS건설 임원을 지낸 후 한미글로벌이라는 건설사업관리 전문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겪어서일까, 현장 경험이 뒷받침되다 보니 그의 말에서는 더 힘이 느껴졌다.

이 원장에게 가장 먼저 건설산업에 닥친 숙제를 물어봤다. 건설산업 전반을 연구하는 대표 연구기관의 원장에게 당연히 묻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다. 그는 즉각 저성장 시대에 경기부양책만 바란다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풀어 공공부문의 건설공사 발주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데만 매달리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라는 시각이다. 사실 과거에는 건설업계가 어려울 때 '무조건 반사' 식으로 공공부문 일감 확대를 주문한 경우가 많았다. 이 원장의 얘기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벌일 국가적 역량이 되지 않고 그렇게 펼칠 만한 사업을 찾기도 어렵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대신 이제는 구조개혁과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 저수익 시대인 만큼 이제는 건설기업 내부의 비용절감과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을 비롯해 내부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효율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떨어졌다고 생각되는 분야를 융ㆍ복합시켜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완다그룹을 보세요. 건설업에서 출발했는데 주거용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에 진출했습니다. 지금은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그 성장세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실제 완다그룹의 성장세는 획기적이다. 중국 정보기술(IT) 분야의 공룡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 등과 견줄 '식욕'을 느낄 수 있다. 최고 부호이기도 한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부동산 개발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를 느끼자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최근 프랑스 파리 외곽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유로파 시티'라는 대형 테마파크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올 초에는 영화 '고질라' 제작사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인수했다.

타 산업과 융ㆍ복합을 통한 성장과 함께 신수요 발굴을 통한 산업의 지평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도시 인프라를 지목했다. 우리나라 도시인프라는 취약한 편이며 고도성장기에 건설된 경우 노후된 것들도 많다는 점에서다. "주택사업이 최근 1~2년간 건설기업들의 큰 먹거리였다면 이제는 도시인프라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안전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도시인프라를 개선하고 확충하는 일이 무엇보다 긴요하고 시급하다고 봅니다."

일감을 늘리고 창출하는 부분 외에도 수익성을 높이는 데에는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까지만 해도 5%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2년에는 2%대로 급락했습니다. 지금은 1%대로 추락한 상태지요. '건설산업 위기론'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이런 수치 하나만으로도 건설산업이 얼마나 열악한 수준에 놓여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이 원장의 말대로 건설산업은 수익률이 급전직하하며 위기에 놓여있다. 국내에서는 주택 부문에서 파열음을 내며 경영을 옥죄고 있고 해외에서는 유가하락을 비롯한 경기불안으로 인해 수주물량이 급감하며 위기가 중첩된 상태다. 저성장 시점에서 정책적 오판이 과도한 규제로 건설경기마저 얼어붙는다면 국가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건설산업의 환경 탓도 있지만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이나 제도 탓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오랫동안 운영해 온 최저가낙찰제나 실적공사비 제도"라고 말했다. 공사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제도를 장기간 운영해 오면서 우선은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건설사들이 덤핑에 들어가는 등 '마이너스 섬' 게임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관련 제도를 바꿔 적어도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주택시장에서 불거진 금융규제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수급 조절기능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중도금 대출 규제 등을 과도하게 한다면 주택시장도 급랭할 우려가 있습니다." 아울러 건설업체들도 올 하반기 이후 주택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상반기에 너무 많은 공급물량을 시장에 쏟아내 공급과잉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합업계와 전문업계 간 갈등이 최근 부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두 업계는 소규모 복합공사 시공권한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업종 간 갈등의 원인을 '이원화된 업역구분' 때문이라고 봤다. "우리나라와 같은 건설업역 체계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요. 업역구분이 만들어진 당시 건설환경과 지금은 큰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산업 간, 업종 간 융ㆍ복합을 얘기하면서 칸막이식 업역구분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에요. 장기적으로는 업역구분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업역규제와 관련해서는 요즘 한참 얘기되는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원칙 규제, 예외 허용'이 아니라 '원칙 허용, 예외 규제'라는 식으로 말이죠." 규제의 틀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이 원장의 바람대로 관련 법 체계가 바뀌고, 산업의 위기 속에 과도한 갈등의 소지가 줄어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건설사 근무 경험 밑바탕, 비전·혁신안 제시할 것"

"건설업계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현장 지향적이고 건설산업 발전에 도움되는 연구원을 만들겠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의 각오다. 민간 연구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건설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정부에 제안하고 설득하는 것이 과제다. 그는 입ㆍ낙찰제도를 둘러싼 혼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정책 등의 현안은 물론 미래비전과 혁신 방향을 제시하는 일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 출신(1964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GS건설 전략담당 겸 경영연구소장, 한미글로벌 사장 등을 역임하고 2015년 12월 원장으로 선임됐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출근하는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 곡성세계장미축제, 17일 ‘개막’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휴식...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국내이슈

  • '머스크 표' 뇌칩 이식환자 문제 발생…"해결 완료"vs"한계" 마라도나 '신의손'이 만든 월드컵 트로피 경매에 나와…수십억에 팔릴 듯 100m트랙이 런웨이도 아닌데…화장·옷 때문에 난리난 중국 국대女

    #해외이슈

  • [포토] '봄의 향연' [포토] 꽃처럼 찬란한 어르신 '감사해孝' 1000개 메시지 모아…뉴욕 맨해튼에 거대 한글벽 세운다

    #포토PICK

  •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캐딜락 첫 전기차 '리릭' 23일 사전 계약 개시 기아 소형 전기차 EV3, 티저 이미지 공개

    #CAR라이프

  •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딸 출산 "사랑하면 가족…혈연은 중요치 않아" [뉴스속 용어]'네오탐'이 장 건강 해친다?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