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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손톱밑 가시, 대기업 집단]기업몸집 커지는데 옷은 그대로 '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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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손톱밑 가시, 대기업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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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고형광 기자]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청소년에 어린이 옷을 입혀놓은 것과 같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사전 조사 작업에 나선 가운데 재계는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대기업군을 선정하는 현행 방식이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꼬집는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업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이 당연한데 지정 기준은 이러한 고려 없이 2008년부터 8년째 변함이 없어 규제 대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등 30여개 법으로 규제 =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면 우선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상호출자가 금지되고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을 할 수 없다. 또 소속 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며 대규모 내부거래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친 뒤 이를 공시해야 한다. 비상장회사 등 소속 회사의 중요사항, 기업집단현황, 기업결합, 주식소유현황 등도 신고 대상이 되는 등 기업 활동에 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가 적용된다. 중기적합업종 사업 철수,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사회적 공헌 등의 부분에서도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요구 사항을 받게 된다. 이를 지정 기간내에 해소하지 못하면 과징금 부과와 벌금 등의 제재도 받는다.

하도급법에선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가 제조 등의 위탁을 한 경우에는 중소기업 여부 또는 규모와 상관 없이 원사업자로 간주돼 과잉규제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가 운영하는 모든 점포는 준대규모점포로 간주돼 사업의 진입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개점시간 등 영업의 구체적 내용까지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이 외에도 자본시장법, 조세특례제한법, 법인세법 등 30여개의 법령에서 규제를 받게 된다.

◆대기업 규제로 기업들 파이팅 약화돼 = 시장의 성장과 산업의 글로벌화 등을 고려치 않고 대기업집단을 규제할 경우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에도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IT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중소사업자의 시장참여비중은 매우 높은 반면 대기업으로의 매출쏠림 현상 문제가 지적되자 2013년 이후에는 대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의 공공부문 IT서비스 참여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시행된 이후 오히려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춘 중소기업은 과도한 가격경쟁에 노출돼 수익성이 하락하고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회피하면서 시장성장이 지연되고 있다. 또한 규제대상인 대기업은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있으나, 세계최첨단의 국내 IT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공IT서비스사업 이력이 없음으로 인해 해외 입찰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집단 규제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규제기준 아래에 있는 중견기업 집단의 성장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전경련이 2007년 당시 대규모 기업집단이 아니던 자산규모 1~2조원 사이에 있는 50여 개 기업 집단의 성장 추이를 조사한 결과, 규제 기준이 자산 2조원으로 고착화돼 있던 2002~2007년 사이에는 성장이 정체돼 있다가 2008년 대규모 기업 집단 기준이 5조원으로 상향되자 상당수 기업 집단이 자산 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안 키우겠다" 피터팬 증후군 양산 = 규제완화와 자산규모확대 시점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해 직접적인 규제대상이 아닌 중견 기업집단들도 새로이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이다. 지난해 4월 기준 대기업 집단 순위 61위였던 한솔의 자산 총액은 5조3000억원으로 삼성(350조원)과 비교해 66분의 1 수준이자만, 상호출자, 순환출자 등의 규제는 똑같이 받고 있다. 재계는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규율 중심의 사후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기업그룹을 일괄 규제하다 보니 30대 하위그룹의 경우 1위 그룹과 매출이나 자산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도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어 국제경쟁력에서 뒤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면서 "대기업 집단이라 하더라도 규제내용을 유연하게, 좀 더 단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재계는 기업가정신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지수는 1976년 150.9에서 2013년 66.6으로 37년 새 절반이상 하락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은 63.3으로 조사기간 중 가장 낮았고, 이를 기점으로 하락폭도 더욱 커졌다. 사업체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대규모 사업체 비중은 줄고 있다. 인구 10만당 사업체수는 1976년 41.99개에서 2013년 132.26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전체 사업체 중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 비중은 1976년 6.8%에서 1988년 3.1%, 1998년 1.5%, 2013년 1.0%로 크게 줄었다. 황인학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1987년에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규제를 강화한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확대하기 시작했는데, 1980년대 후반이후 대규모사업체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대규모 사업체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 기업의 성장의지가 높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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