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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소주 5병 100원" 이상한 할인 경쟁

최종수정 2016.02.11 11:17 기사입력 2016.02.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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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홍대 등 파격 이벤트, 고객 불만 줄이기 임시방편
제살 깎아먹기 과도한 할인, 결국은 소비자에게 부메랑

서울 강남과 홍대 등 주요 상권의 주점에서 '평일에 한하여 세트메뉴 주문시 5병에 100원' 등 파격 할인을 알리는 입간판이 배치돼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서울 강남과 홍대 등 주요 상권의 주점에서 '평일에 한하여 세트메뉴 주문시 5병에 100원' 등 파격 할인을 알리는 입간판이 배치돼 있다. 사진=이주현 기자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소주 한 병에 4000원씩 내고 마시기에 부담스러웠는데 단 돈 몇백 원에 마실 수 있으니 좋죠. 지인들과 간단히 즐기는 반주에도 최소 몇만 원은 훌쩍 넘기잖아요. 이런 가격 할인 이벤트는 팍팍한 서민들의 지갑사정에 큰 도움이 되죠."

10일 서울 홍대 인근의 A 주점. '소주 한 병에 300원'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외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명절 마지막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다수는 300원짜리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가게를 찾은 김모씨는 "지난해 말 소줏값 인상 이후 밖에서 술 마시기가 부담스러웠는데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이벤트라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강남에 있는 B주점에서도 '평일에 한해 세트메뉴 주문 시 5병에 100원'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역시 가게 안은 '1병에 20원짜리 소주'를 마시는 손님들로 넘쳐났다.

최근 서울 강남과 사당, 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소주와 맥주 등 주류에 대한 파격적인 가격 할인과 사은품 증정 이벤트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당 상권에서는 '소주 한 병 300원 판매', '2병 주문 시 1병 공짜', '평일에 한해 세트메뉴 주문 시 5병에 100원' 등의 입간판과 현수막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외부 홍보 없이 가격을 할인을 하는 곳도 많았다. 특히 대학생과 젊은 소비자들이 밀집해 있는 홍대 인근의 가게들은 내부 장식과 가격표 등을 통해 가격 할인을 진행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소줏값 인상 후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고 가격 할인이라는 파격 조건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소주업체들의 판촉 활동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과거 판촉사원들이 식당들을 돌며 경쟁사의 술을 마시고 있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술 한 병을 시키면 경품을 제공하는 식의 판촉활동을 넘어 이제는 가격 할인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홍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주류업체에서 물량 및 가격 할인 등의 지원이 있으니 가능한 이벤트"라며 "가격 할인으로 인한 고객 유입 효과와 매출 증가 효과는 상당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강남 인근에서 주점을 경영하는 최 모 사장은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이나 젊은 층들에게 반응이 좋다"며 "이들이 곧 해당 주류 브랜드의 충성고객으로 이동하거나 가게에 단골이 될 가능성이 있어 마진을 줄여서라도 이벤트를 자주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도한 가격 판촉 경쟁이 주류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기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지만 결국은 소비자가 판촉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과열 판촉 행위를 엄중히 다루고 있다. 국세청은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6항을 통해 주류공급과 관련해 장려금 또는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이나 주류를 제공하는 일을 금지하고 있다.

또 소비자 경품으로 주류나 할인권을 제공하는 일도 금지돼 있으며 기타 경품 제공도 주류 거래금액의 5% 이내에서만 제공하게 돼 있다. 이를 어겨 주류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 이후 업소에서도 가격인상이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며 "회사 차원에서 가격경쟁을 부추기거나 할인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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