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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종수정 2016.01.27 11:42 기사입력 2016.01.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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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27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게 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은 '고생했다'는 몇마디 말로는 달랠 수 없는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문 대표는 지난해 2월8일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수락 연설을 통해 "아직 우리에게 영광의 시대는 시작되지 않았다"며 "영광의 진군을 함께 시작하자"고 말했다. 총선을 넘어 대선 승리로 나가겠다는 포효였다. 당시 그는 당의 변화를 약속했다. 당의 단합과 이기는 정당, 유능한 경제 정당이 그가 약속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당은 분열했고, 연이은 재보선에서 참패했으며, 대안 정당의 이미지는 요원했다. 경선 2위를 기록한 박지원 의원도, 문 대표에 앞선 당대표였던 김한길·안철수 의원도 당을 떠났다.
문 대표의 취임은 숱한 반대에 직면했다. 여러 야당 인사들은 푸념처럼 문 대표의 당대표 도전을 말리려 했노라고 말했다. 결국 독배(毒盃)에 불과할 것이라고. 혹자는 문 대표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의 공천을 위해 문 대표의 대표 취임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대표 취임 초기를 제외하면 문 대표는 끊임없는 당내비판에 휘말렸다. 지난해 4월29일 재보선에서 패배한 뒤부터 그는 흔들렸다. 줄곧 1위를 달렸던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뒤졌고 상승세를 보이던 지지율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대표 사퇴 등 책임을 지라는 비주류의 공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문 대표가 꺼내든 승부수는 혁신위원회였다. 시스템 공천 등을 전면에 내세운 혁신안을 관철시키고, 주목받는 인재 영입을 이뤄내 당 분위기를 일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130석의 정당은 분당 사태를 겪으며 109석의 정당으로 쪼그라졌다.

사람들은 종종 '착하다', '좋은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문 대표에게 붙인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선택하고, 전투를 방불케 하는 정치영역에서는 이같은 도덕적 가치는 '위선'으로 매도되거나 '무능'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문 대표 역시 선거 패배 등을 겪으며 무능을 비판받았고,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를 통해 공천을 제한하는 혁신안 이후에는 '위선'을 지적받았다. 지지자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것은 정교한 정치적 책략이나 술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당한 배짱과 속으로는 흔들리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애써 웃음지으며 걱정말라고 할 수 있는 여유였을 것이다. 소통을 하면서도 필요하면 과감한 결정을 단호하게 내릴 수 있는 결단성도 바랬을 것이다.
다가오는 총선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맡기로 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의 총선이다. 문 대표가 만든 제도와, 영입한 인사들로 치르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자신의 정치 행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4월 13일 늦은 저녁. 그의 역할이 지속될지, 정치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결정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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