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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리콜의 이면] 무상수리는 괜찮은데…리콜 단어에 '부정적'인 이유

최종수정 2016.01.23 10:51 기사입력 2016.01.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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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제너널모터스(GM)는 2014년 자사 자동차의 점화장치 결함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제품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 결과 총 3000만대 이상을 리콜 조치했고 이후 법무부에 9억 달러, 희생자와 유가족에 6억 달러를 각각 배상했다. GM이 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역사 이래 최악의 위기였지만 소비자들에게 신속하고 솔직하게 사과를 하고 진솔한 태도로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면서 투명한 기업 이미지를 보여줬다. 특히 GM 내부적으로도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사내문화를 혁신시키는 캠페인들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차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극복했다. 오히려 신속한 대처를 통해 소비자 신뢰도가 향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리콜 사태가 난 2014년 판매량은 992만대로 전년 971대 대비 증가세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최대 글로벌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 2009년 토요타가 제조한 자동차에 탑승한 일가족이 고속도로에서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으로 다른 차량과 충돌하고 전복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토요타는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기 보다는 이를 은폐하고 고객 과실로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의 여파를 축소해 진화를 시도하다 비난 여론이 폭발하면서 결국 관련 차종의 생산을 중단하고 강제 리콜을 하게 됐다. 리콜 조치가 전세계에 걸쳐 1000만대 이상의 대규모로 진행됨에 따라 토요타는 기존에 쌓아왔던 고품질 명차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이는 글로벌 시장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엄격한 품질관리보다 원가절감을 통한 저가생산에 치중하다 초래한 결과다. 이 리콜사태는 제품 결함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숨기려했을 때 얼마나 큰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줬다.

환경부가 내린 자동차 '제작결함시정명령(리콜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9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형사고발되면서 차 리콜 제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디젤자동차 배출가스저감장치 조작으로 촉발된 폭스바겐 사태로 국내에서 리콜명령을 받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은 15개 차종 12만5522대다.

◆ 전세계적 리콜 급증, 소비자보호정책 등 원인=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리콜 제도는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 차 제작, 조립, 수입자가 그 결함 사실을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해당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 교환, 환불 등의 시정 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안전과 관련된 사고와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리콜은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2004년 한해에 리콜 조치된 차량 규모가 역대 최고인 약 6400만대에 달했다. 전체 등록 차량 5대 중 한대 꼴이다. 2004년에 세워진 종전 최고 기록 3080만대를 두 배 이상 웃돈 수치다. 지난해에도 다카타 에어백 리콜과 미 환경보호청의 폭스바겐 리콜명령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리콜 증가 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해 총 498개 차종에 104만4803대가 리콜 조치됐다. 국토교통부리콜(안전결함관련)과 환경부리콜(배출가스관련)을 합산한 수치다. 리콜 현황을 살펴보면 국내차(39개 차종, 79만2457대)가 수입차(459개 차종, 25만2346대) 보다 리콜대수가 많다. 연도별도 들쑥날쑥하지만 1990년대에만 해도 리콜대수는 아무리 많아도 11만대 안팎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많을 때는 연간 100만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와 기업들의 안전관리 강화와 자동차산업 생태계 변화, 그리고 똑똑해진 소비자 등이 리콜 급증의 원인"이라며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수용하고 차량 안전도를 지속적으로 높이려면 자발적인 리콜은 권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성인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0%는 리콜 여부가 해당 기업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강제적 리콜보다 자발적 리콜을 했을 때 회사의 신뢰도는 2배 가까이 높았다.

◆ 한국, '자기인증제도' 채택…제작자 책임의무 강화= 차 리콜 제도는 세계 각국이 안전도 확보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인증제도에 따라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적용된다. 형식인증제도와 자기인증제도가 있으며 국가별 환경과 여건에 따라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 캐나다 등은 제작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자기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가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제작자 스스로 인증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차 안전도 확보를 위해 정부에서 '자기인증적합조사'와 '제작결함조사(안전결함조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기인증적합조사는 제작자가 자기인증해 판매한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무작위로 구매, 안전기준 적합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제작결함조사는 자동차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소비자 결함정보에 대해 조사를 시행, 결함으로 인정되는 경우 제작자가 그 결함을 무상으로 시정해 주는 형태다. 반면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은 형식승인제도를 채택해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를 판매하기 전 정부로부터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확인받는 형식이다.

조용석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은 "민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에서 리콜과 무상수리 여부를 결정한다"며 "결함이 있을 경우 정책적으로도 제작자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고 있지만 자동차업체들 스스로도 갈수록 자발적 리콜에 적극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 리콜에 대한 제조사 결정 쉽지 않아= 자동차 결함이 발생하면 제조사들은 적극적인 자발적 리콜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브랜드의 신뢰도와 이익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결함 사실을 알고도 단기적인 판매 감소와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 등을 우려해 이를 쉬쉬하면서 넘어가려고 하면 더 큰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회사들에게 자발적 리콜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자발적 리콜이 많다는 것은 문제가 될 만한 것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부담이 커지고 제품에 대한 결함이 많은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자동차 결함이 발생하면 바로 리콜을 하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리콜을 하게 되면 담당임원이 책임을 지고 징계를 받는 경우도 많고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자발적 리콜 보다 소극적인 조치인 '무상수리'라는 말에는 크게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리콜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체들이 제조하는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별로 리콜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는데 이는 결국 리콜정책에 대한 경영진의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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