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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1984'와 2016년의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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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오늘, 46세로 타계한 작가의 기념비적인 소설

조지 오웰은 1949년 소설 '1984'를 통해 40여년 뒤 맞닥뜨릴 수 있는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소설 속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는 빅브라더와 당원, 무산계급으로 구성돼 있다. 빅브라더는 당원의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한다.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산계급은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해 당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조지 오웰이 이 소설을 통해 비판한 사회는 어디였을까.

21일은 소설가 조지 오웰이 세상을 떠난 지 66년이 되는 날이다. 오웰은 소설 '1984'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이듬해인 1950년 폐결핵으로 46세의 이른 나이에 숨졌다. 그의 대표작인 '동물농장'과 '1984'는 이른바 '반공소설'로 일찌감치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공산주의 사회를 비판한 우화로 해석된 '동물농장'은 미군정 해외정보국의 지원으로 1948년 우리나라에 출판될 정도였다.

하지만 오웰 본인은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통일노동자당 민병대에 자원입대해 파시즘과 맞서 싸웠다. 전쟁 중 목에 총상을 입기도 했다. '동물농장'이나 '1984'가 스탈린 체제의 소련 사회를 풍자하면서도 더 넓게는 전체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은 작가의 이 같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가 있다. '1984'에서 군부 독재 치하의 한국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지 오엘은 '1984'에서 무산계급인 노동자들에 대해 이렇게 썼다. "그들의 마음을 차지하는 것은 힘든 육체노동, 가정과 아이에 대한 걱정, 이웃과의 사소한 말다툼, 영화, 축구, 맥주, 도박이다. 그들을 통제하기는 어렵지 않다. 몇 명의 사상경찰 정보원이 항상 그들 속에 섞여 활동하는 가운데 유언비어나 퍼뜨리면서 위험한 존재가 될 소지가 있는 사람들을 점찍어 두었다가 없애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당의 이데올로기를 가르칠 필요도 없다. 노동자들이 강한 정치의식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노동 시간을 늘리거나 배급량을 줄이는 데 대해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호응하도록 당이 필요할 때마다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원시적인 애국심뿐이다. 그들은 불만이 있어도 일반적인 사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 해소할 방법을 못 찾는다."

국민들이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기를 바라고 혹여 비판의식을 갖게 되면 싹부터 잘라내려고 하며 원시적인 애국심을 이용하는 것은 비단 군사 정권 시절에 있었던 일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제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의 집회를 물대포로 진압하고 국가에 대한 강한 자긍심으로 심어주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바꾼다. 무산계급을 이르는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청년들은 출구가 없는 '헬조선'에 절망한다. 소설 속 윈스턴 스미스가 가졌던 문제의식은 2016년 한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만약에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무산계급에만 있다. 왜냐하면 오세아니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소외된 대중 속에서 당을 파괴할 수 있는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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