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눈. 그 속에 빛나는 형형색색 문양. 미성숙한 어린아이 같은 몸. '아이돌(Eyedoll)'이다. 아이돌의 창조주는 팝아트 작가 마리킴(38). 작가는 아이돌의 큰 눈동자를 통해 관객에게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제안한다. 인간의 욕망부터 고정관념, 가상현실까지. 아이돌의 눈에는 다채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마리킴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13일 개막한다. 전시는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아이돌이 창세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이다. 제목은 'SETI'. 나사(NASA)에서 진행하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약자다. 아이돌은 시공간을 우주로 확장해 인간의 근원을 쫓는다. 전시장은 수많은 아이돌로 빼곡하다. 회화, 네온, 조각, 영상 등 189여 점의 작품이 나온다.
현재의 아이돌은 조금씩 개성과 색깔을 띠고 있다. 프로토타입(prototype)에서 보이지 않던 귀걸이와 검은색 큼직한 리본이 중앙에 달린 헤어밴드, 빨간색 루즈를 바른 듯한 입술, 위쪽뿐만 아니라 아래쪽에도 길고 고운 속눈썹으로 표현됐다. 머리부분만 표현된 작품이지만 과거의 페인팅들보다 오히려 더욱 개성을 잘 보여준다. 페인팅이 아닌 프린팅으로 제작한 작품들이다.
현재를 벗어난 아이돌은 미래로 떠난다. 우주복을 한 아이돌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해간다. 영상에서 만난 아이돌의 모습은 어느덧 벽에 걸린 복잡하고 화려한 문양의 별이 돼 있다. 아이돌이 분할, 확장, 압축을 반복하며 한 장의 이미지에 겹쳐있는 듯 흡사 육체를 나온 영혼 같다.
마리킴은 호주 멜버른 RMIT 대학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크리에이티브 미디어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2008년에는 '마리킴의 기묘한 만화경, 아이돌'을 출간했다. 2011년 YG 엔터테인먼트의 그룹 2NE1의 앨범 표지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현재 가톨릭 대학교 디지털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다음달 24일까지. 02-720-1524~6.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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