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서연 기자] "시장은 현금이 돌아야 하는 곳이야. 물건 떼어와야 하고 빌린돈 갚아야 하고…이대로 한달이면 다 문닫아. 메르스 환자들도 걱정이지만, 장사하는 사람들까지 다 죽게 생겼어."
지난 8일 남대문 시장에서 좌판을 열고 아동복을 판매하는 안모씨(53ㆍ여)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라며 손사레를 쳤다. "세월호, 사스때와는 비교도 못한다"는 게 안씨의 설명이다. 지난주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빠르게 확산되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관광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매출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씨는 "근처 큰 상가들은 주중 낮에 도매장사, 저녁과 주말에 소매장사를 한다"면서 "도매장사는 어느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좌판에서 소매장사 하는 사람들은 당장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주말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다"면서 "손님이 오질 않으니 드물게 물건을 사가는 사람에게도 값을 깎아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관광객 영업의 특수를 누렸던 택시기사들은 사납금도 납부하기 힘들만큼 승객이 없다고 토로했다. 택시기사 윤모씨(58ㆍ남)는 "메르스가 터지면서 택시, 버스 할것없이 대중교통 이용율이 확 줄었다"면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서 출퇴근 시간에는 평소보다 훨씬 막히고, 주말에는 정체구간이 없을 정도로 길이 휑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은사거리 같은곳은 외곽으로 빠지는 길이 사방으로 연결돼 있어서 1년 내내 막히는 곳인데, 이번 주말엔 신호대기 한 번 없이 통과했다"면서 "돈 버는건 고사하고 사납금도 못낼 지경"이라고 긴 한숨을 쉬었다.
종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5ㆍ남)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치맥이 유행하면서, 몇 달 간 먹고살만했다"면서 "그런데 이달들어서는 중국인 손님이 이전의 30%도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러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아르바이트생을 두명이나 추가로 고용했는데, 매출은 오히려 절반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조류인플루엔자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저녁장사, 주말장사 모두 힘들다"면서 "이번주 일요일에는 문을 닫으려고 생각중"이라고 덧붙였다.
거시경제 전문가들 역시 메르스 사태로 영세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상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메르스는 높은 치사율과 빠른 확산 속도, 치료제가 전무하다는 점, 바이러스 변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공포와 두려움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사스나 에볼라 등 과거 발생한 외래 전염병들 보다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 재래시장 상인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던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호텔, 여행 등 관련업계의 매출 감소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엔저로 인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던 상황인을 감안하면 경제적 충격이 과거 홍콩의 사스 발생 당시를 상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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