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코로나, 인간 침투 '새 통로' 발견"…알파코로나 위험성 첫 규명[과학을읽다]
케임브리지대 연구…CEACAM6 통해 세포 진입 확인, 팬데믹 대비 단서
박쥐에서 유래한 일부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경로를 통해 인간 세포에 침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연구가 부족했던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인수공통감염 가능성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알파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 표면 단백질인 '세포부착분자6(CEACAM6)'을 이용해 세포에 진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에 23일(한국시간) 게재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2022년 7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재확산하면서 서울의 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 표면 수용체와 결합하면서 감염이 시작된다. 기존 연구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등 베타코로나바이러스 중심으로 이뤄졌고, 알파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새 감염 경로 확인…하지만 전파는 아직 미확인"
연구팀은 40종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해 인간 수용체와의 결합 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일부 박쥐 유래 바이러스가 CEACAM6을 통해 인간 세포에 진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박쥐 서식지 인근 주민 혈액 분석에서는 감염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현재까지 사람 간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를 '초기 경고'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웬디 바클레이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새로운 수용체를 발견한 중요한 연구로, 박쥐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넘어올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도 "감염을 위해서는 수용체 결합 외에도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저민 뉴먼 텍사스A&M대 교수는 "인간 감염 가능성을 갖춘 바이러스를 피해 발생 이전에 포착한 사례"라며 "다만 면역 회피와 전파 능력 등 추가 장벽을 넘어야 실제 확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도 유사한 평가를 내놨다.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 수용체와 결합해야 감염이 시작되는데, 이번 연구는 일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별도의 돌연변이 없이도 인간 세포에 침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 세포 진입이 곧 감염이나 전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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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 '첫 관문'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전체 분석과 고속 스크리닝을 결합한 접근을 통해 향후 팬데믹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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